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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평화협상 이번엔 시작되나…반군 후원자 이란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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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평화협상 이번엔 시작되나…반군 후원자 이란이 변수
'카슈끄지 위기' 처한 사우디 협상 의지…UAE도 동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015년 3월부터 3년 반째 이어진 예멘 내전을 끝내는 평화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협상 테이블에 앉으라고 압박하면서 사우디 역시 이에 호응하는 신호를 상당히 강하게 보내고 있어서다.
예멘 내전은 미국의 지지 속에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 이들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와 이란과 우호적인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가 지루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엔이 양측을 오가며 중재하려 했으나 사우디와 이란 간 대결 구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그 피해는 오롯이 예멘 국민의 몫이 돼 금세기 들어 최악의 인도적 재앙을 낳고 말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에 예기치 않은 '비극적 변수'가 역설적으로 예멘 평화협상의 가능성을 끌어 올리는 상황이 도래했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예멘 내전의 한 축인 사우디 정부가 곤경에 처하면서 예멘 내전에 대한 책임론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왕실의 권위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사우디 왕실도 이를 만회하려면 예멘 내전을 이른 시일 안에 봉합해야 하는 긴급한 정치적 필요가 생겼다.
예멘의 인도적 재앙을 반군의 책임으로만 돌리던 사우디 정부도 실제로 해결에 나설 징후가 감지된다.
12일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한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살만 사우디 국왕,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뒤 "지금이 짧지만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협상을 성사하겠다는 사우디 왕실의 진정성을 확인했다"며 "선의의 조처로 예멘 반군 부상자 50명을 국외로 이송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부상자 이송은 예멘 반군이 9월 유엔이 마련한 평화협상에서 내건 조건 중 하나였는데 사우디가 거부해 결국 협상까지 불발됐다.
헌트 장관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예멘 반군으로서는 가장 긴급한 조건을 사우디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헌트 장관은 "부상자 국외 이송이 해결된다면 평화협상 가능성은 커진다"고 기대했다.

국제 사회도 예멘 내전을 조속히 끝내라고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을 용인하고 측면으로 군사 지원했던 미국은 카슈끄지 사건 이후 자신에게도 도덕적 책임론이 번질 수 있는 만큼 사우디에 평화협상을 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30일 안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은 모습을 보기 원한다"고 주문한 데 이어 예멘을 폭격하는 아랍동맹군의 전투기에 공중 급유를 중단했다.
영국, 프랑스 등 사우디의 유럽 우방도 사우디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서방국가는 모두 사우디에 무기를 가장 많이 파는 곳임과 동시에 예멘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끝내야 한다고 촉구하는 데도 앞장선다.
사우디와 함께 예멘 내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한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강경했던 자세를 고쳐잡았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14일 트위터에 '유엔이 주도하는 조속한 예멘 평화협상을 지지한다. 아랍동맹군은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16일 열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마틴 그리피스 예멘 파견 유엔 특사는 올해 말께 스웨덴에서 예멘 정부와 반군의 평화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제 평화협상의 성사 여부는 예멘 반군 쪽으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예멘 반군은 그러나 이런 사우디와 서방의 움직임에 매우 회의적이다.
예멘 반군은 11일 자신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을 통해 "미국의 '발 빼기'는 악어의 눈물"이라며 "미국은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고 시선을 분산하려고 휴전을 하라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사우디와 이란의 패권 대결 구도에서 해석해야 하는 예멘 내전의 성격상 예멘 반군의 의중은 최대 후원자인 이란에 달렸다고도 할 수 있다.
이란은 제재를 복원한 미국과 대치 수위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이란으로선 정치적 위기에 처한 사우디와 미국이 먼저 나선 평화협상에 아무런 실익 없이 선뜻 응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시리아 내전과 마찬가지로 예멘 내전도 이란과 미국 진영과 직접적인 군사 충돌위험을 대리전으로 해소하는 완충 공간이면서 이란 정부엔 때에 따라 협상의 지렛대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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