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그늘 벗어난 '스트롱맨' 시진핑…개혁지속 가능할까
개혁개방 지속 천명하지만 정치·사회 보수화 색채속 시장 위축 우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주도하에 1978년 개혁개방의 기치를 올리고 나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큰 성취를 이뤄냈지만 '스트롱맨'(독재자) 면모를 보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시대에 개혁개방 정책이 심화,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진단했다.
SCMP는 '중국을 뒤바꾼 40년의 큰 경제 실험 뒤 중국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시 주석이 반복적으로 개혁개방 심화를 천명하고는 있지만 중국이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에 직면하고 민영 경제 부문의 비관까지 더해지면서 개혁개방이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 집권 후 덩샤오핑의 유산인 집단지도체제가 점차 와해하고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가운데 정치·사회 통제가 심화하면서 정치적 보수화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시대로의 후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SCMP는 "시 주석은 일련의 도전에 맞서 '독재자(strongman) 접근법'을 선택했다"며 "수천명의 부패 관리들을 감옥에 보내고 당내 파벌을 청산하기 위해 당·정 관리를 대거 교체하는가 하면 미디어와 예술, 교육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시 주석은 경제적으로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지속한다는 원칙을 견지하되 개혁개방 이후 4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신시대'에 맞은 자신만의 접근 방법을 취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덩샤오핑 평전'의 저자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덩샤오핑에 의한 많은 개혁 조치들은 계속되겠지만 시 주석은 정부와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미시적 관리를 확대할 것"이라며 "덩샤오핑은 주요 이슈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휘하에 있는 전문가 집단에 더 많은 행동 여지를 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중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경직성이 커지는 현상은 필연적으로 시장의 활력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최근 중국에서는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경제가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민영 경제를 침식하고 있다는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는 중국 정치의 전반적 보수화 현상에 관한 시장의 공포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중국 당국도 공식적으로는 정치 개혁과 경제 개혁을 동시에 중요하게 여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리쥔루(李君如)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부교장은 "많은 사람이 중국이 경제 분야의 개혁만 하고 정치 개혁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라며 "중국 경제와 정치는 상호 작용을 하고 있고 정치·경제 개혁은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덩샤오핑 시대 이후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포기하고 서구식 다당제를 도입하는 식의 정치 개혁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말하는 '정치 개혁'이란 일반적으로 행정 효율화, 기층 민중의 제한적 정치 참여 등으로 국한돼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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