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공동시장 달라지나…브라질-아르헨티나 "변화 필요" 맞장구
보우소나루 당선인·마크리 대통령, 개별 자유무역협상 허용에 공감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남미 양대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변화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면서 앞으로 블록 운영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대형 미디어 그룹 폴랴(Folha)가 운영하는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과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메르코수르가 글로벌 환경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메르코수르의 경직된 운영방식을 쇄신해야 한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회원국이 양자 협상을 통해 활발하게 자유무역협상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마크리 대통령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메르코수르 회원국은 블록 창설 30년이 가까워지는 현재까지 의미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못했다. 개별 무역협상을 금지하는 블록의 규정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당선인과 마크리 대통령은 메르코수르의 변화가 회원국에 이득을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투자 유치와 저렴한 외국제품 수입, 수출시장 확대 등이 회원국의 경제성장과 주민 생활 수준 향상이라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메르코수르 변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정치적·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수 있지만, 충분히 시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메르코수르의 변화가 당장 내년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곧바로 메르코수르의 6개월 단위 순번 의장을 맡게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나오는 말이다.
우루과이의 아리엘 베르가미노 외교차관은 "메르코수르는 황금으로 만든 새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편입돼야 하는 플랫폼"이라면서 "메르코수르는 글로벌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새 정부의 경제 수장을 맡을 경제학자 파울루 게지스도 "브라질은 이데올로기적 보호주의 블록이 돼버린 메르코수르의 포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기획부·통상개발부 등 3개 부처를 통합한 '슈퍼 경제부처'의 장관을 맡을 예정인 게지스의 발언은 메르코수르 위기론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메르코수르의 위상과 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좌파 노동자당(PT)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정부(2003∼2010년)에서 외교장관을 지낸 세우수 아모링은 보우소나루 당선인과 게지스 내정자를 겨냥, "메르코수르 회원국 간 경제 관계가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르코수르를 단순히 경제블록으로만 봐서는 안 되며 정치·외교적 의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출범한 관세동맹으로 2012년 베네수엘라가 추가로 가입했지만, 대외 무역협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태평양동맹은 2012년 6월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칠레 등 중남미 4개국이 출범시킨 경제동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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