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암살조 '보스에게 임무완료 보고하라'"…왕세자 암시?(종합)
NYT, '카슈끄지 녹음' 내용 아는 3인 인용…"전화통화 녹음에 담겨"
터키 매체 "암살조, 왕세자실장과 통화"…"왕세자 책임론 입증 '스모킹건'"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당시 녹음에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살해 배후임을 암시하는 대화가 담겼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가 살해된 직후 암살조의 일원이 전화로 상관에게 임무 수행 사실을 알리면서 "당신의 보스에게 말하라"고 했다. NYT는 터키 정보당국이 수집한 카슈끄지 피살 당시의 녹음 내용을 잘 아는 3명을 인용했다.
'보스'가 누구인지 이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 정보 관료들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가리킨 것으로 믿는다고 NYT는 전했다.
문제의 전화를 한 인물은 사우디에서 이스탄불로 파견된 15명의 암살조에 소속된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무트레브는 무함마드 왕세자를 자주 수행하는 경호원으로, 카슈끄지 살해 직후 왕세자의 보좌관들 가운데 한 명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터기 정보 관료들은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터키의 친정부 매체에 실린 통화 상대방에 관한 보도를 결합하면 이러한 정황은 더욱 뚜렷해진다.
터키 일간 예니샤파크는 카슈끄지 피살 직후 무트레브가 본국의 왕세자실 책임자 바데르 알아사케르와 네 차례 통화했다고 지난달 22일 보도했다.
예니샤파크 보도가 맞는다면 카슈끄지 녹음에 등장하는 '당신의 보스'는 왕세자실장의 보스, 다름 아닌 무함마드 왕세자가 된다.
12일 파리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기내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카슈끄지 피살 당시 녹음의 내용에 따르면 사우디 최상층부 지시로 살해가 자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터키 국영 테레테 방송이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브루스 리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이 같은 전화통화는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무함마드 왕세자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다. 또 사우디 정보당국이 터키의 협조로 그 녹음을 들었지만 보스 언급 내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이 지난달 터키를 방문, 문제의 녹음을 들었지만 이를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을 터키가 허용하지 않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한편 터키 대통령실은 12일 AFP통신에 보낸 설명문에서 "지난달 24일 프랑스 정보당국 대표에게 녹음을 들려줬고, 오디오 녹취록을 비롯한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했다"고 밝혀, 오디오 파일이 아니라 청취 기회와 녹취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했다고 공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0일 카슈끄지 피살 당시 상황이 녹음된 내용을 사우디, 미국, 서방 동맹국들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2일 자국 정보당국이 이 녹음을 들었다고 말했지만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녹음에 대해 모른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적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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