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목표는 명확…살아 숨쉬는 정글을 무대화했죠"
뮤지컬 '라이온 킹' 오리지널 창작진 내한…"모험이 큰 성공 이끌어"
(대구=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20년 전 우리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박물관에 박제한 동물이어선 안 된다는 것, 살아 숨쉬는 동물과 정글을 무대 위로 올려보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죠."(도널드 홀더)
"많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등장했다가 사라지지만 '라이온 킹'은 사라지지 않았죠. 인간성과 같은 보편적인 정신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레보 엠)
뮤지컬 '라이온 킹'의 오리지널 조명 디자이너 도널드 홀더(60)와 합창 음악 작곡 등을 맡은 레보 엠(54)은 지난 9일 대구 노보텔 보르도홀에서 열린 개막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의 탄생 과정과 성공 비결 등을 설명했다.
1997년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라이온 킹'은 그간 세계 25개 프로덕션에서 9천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은 디즈니 초대형 히트작이다. 지금도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리에 공연 중이다.
처음부터 이 같은 흥행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아프리카 정글 속 동물 이야기를 다룬 동명 애니메이션을 무대화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으로 보였다.
디즈니는 이 작업을 당시 브로드웨이 상업 작품을 한 번도 연출한 경험이 없는 연출가 줄리 테이머(66)에게 맡겼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아시아 가면 무용극과 인형극을 연구한 경험과 아프리카 마스크에서 얻은 영감을 결합해 마스크와 퍼핏, 배우를 하나로 융합하는 독창적 무대 예술을 탄생시켰다.
테이머뿐 아니라 그를 중심으로 뭉친 창작진 역시 '브로드웨이 사람들'이라 보기 어려운 이들로 구성됐다. 덕분에 이들은 브로드웨이 문법에 얽매이지 않은 독창적 방식으로 '라이온 킹'을 무대에 옮겼고 결과는 전무후무한 흥행으로 이어졌다.
특히 동물을 연기하는 배우·무용수들의 신체와 얼굴을 가리지 않는 '휴매니멀'(휴먼과 애니멀의 합성어) 또는 '더블 이벤트' 방식이 무대 마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홀더는 "창작 당시 인간과 동물을 결합해 무대로 끌어올리는 방식은 굉장한 모험으로 여겨졌다"며 "그러나 그게 지금의 큰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700여개 조명장치를 활용해 아프리카의 강렬한 색감과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연출한다. '라이온 킹'은 사실적인 무대 장치나 세트 대신 여백과 관객의 상상력을 활용해 아프리카 사바나를 완성하기 때문에 빛깔과 색감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그는 "끝없는 아프리카 평원과 광활하게 빛나는 하늘을 어떻게 무대화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었다"며 "빛을 굉장히 다양하게 사용해 에너지를 불어넣고 아프리카 전통 재료나 재질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남아프리카 출신 레보 엠은 '라이온 킹'의 애니메이션 음악부터 참여한 핵심 멤버다. 그는 팝의 전설 엘튼 존과 작사가 팀 라이스 콤비, 영화 음악의 대부 한스 짐머와 함께 영화 및 뮤지컬 음악을 만들었다. 덕분에 '라이온 킹' 음악은 덕분에 팝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정글의 생명력을 모두 품어낸다.
그는 "아프리카 합창 스타일과 아프리카의 타악, 유럽 중심의 오케스트라 편곡을 독특하게 접목했다"며 "남아공 출신 음악가인 제 인생 이야기와 배경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뮤지컬의 성공 원인으로 보편성도 강조했다.
"음악을 담당한 저로서는 '라이온 킹'의 성공에는 다양한 문화를 엮어낸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또한 '라이온 킹'처럼 인간성과 인간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다룬 뮤지컬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뮤지컬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무대에 오르는 이유죠."
지난 9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식 개막한 '라이온 킹'은 내년 1월 서울, 4월 부산 투어로 이어진다. 이 뮤지컬 탄생 20주년을 맞아 최초로 마련된 인터내셔널 투어 일환으로 이번 한국 공연도 성사됐다. 오리지널 창작진이 참여한 가운데 그간 세계 각국에서 '라이온 킹'에 출연한 다국적 배우로 투어팀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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