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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 역대 최악 산불로 신음…주민 25만명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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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 역대 최악 산불로 신음…주민 25만명 대피
사망 9명·실종 35명 인명 피해 늘어날 듯…건물 7천채 전소
北캘리포니아 파라다이스 마을 통째로 사라져…남부 말리부 전체 피신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이 주(州) 재난 역사상 최악의 대형산불로 고통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각) CNN·AP 등 미국 언론과 현지 소방당국에 따르면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발화한 캠프파이어는 시에라네바다산맥 산간마을 파라다이스 타운을 통째로 집어삼켜 사망자 9명이 발생했다. 실종자도 35명에 달해 인명 피해가 늘 것으로 보인다.

이 산불은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가장 많은 건물과 가옥을 전소시킨 산불로 기록됐다. 소방대원들이 밤새 사투를 벌였지만, 진화율은 20%에 그치고 있다. 강하고 건조한 바람이 불길을 키우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울시파이어와 힐파이어도 로스앤젤레스(LA) 북서쪽 말리부와 벤투라 카운티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부촌인 말리부 주민 전체에 소개령이 내려졌다.
울시파이어는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지고 있다. 다행히 이날 새벽부터 바람이 약간 잦아들어 불길의 기세가 약해졌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 북 캘리포니아 캠프파이어로 사라진 마을…"아마겟돈 같은 전쟁터"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동쪽으로 290㎞ 떨어진 뷰트 카운티 파라다이스 마을은 주택가와 상가 전체가 불에 탔다. 주민 2만6천여 명이 전부 대피했다.
지난 8일 캠프파이어가 발화한 직후 불길이 마을 전역을 휘감았고 프로판가스통이 터지면서 불기둥이 치솟고 전봇대가 쓰러지는 등 화재 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도망쳐 나온 주민들은 "아마겟돈 같은 전쟁터였다"라고 현지 방송에 말했다.
대피로가 산길 하나뿐이어서 차가 가로막히자 뛰어서 대피한 가족도 상당수다.
파라다이스 마을은 두 협곡 사이에 자리 잡은 곳으로 1800년대에 조성돼 은퇴자와 지체 장애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다.
미처 피신하지 못한 주민 5명이 불에 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다른 3명은 집 밖에서, 한 명은 집안에서 각각 숨졌다.
뷰트 카운티 경찰국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뷰트 카운티 전체에서 대피한 주민은 5만2천여 명이다.
AP통신은 "파라다이스 마을에는 불길에 휩싸여 전소한 차량과 앙상한 주택 뼈대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마을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고 전했다.
캠프파이어로 불에 탄 면적은 404㎢로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에 달한다.
6천700여 채의 가옥과 건물이 전소했다.
한 주민은 "불이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마구 옮겨 다니며 마을 곳곳에 있는 건물을 집어삼켰다"면서 "중심 상가도 모조리 불에 탔다. 불길이 도로를 넘어다녔다"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마을은 2008년에도 큰불로 피해가 컸던 지역이다.
지난 7월 캘리포니아 주 역대 6번째로 큰 산불로 기록된 카파이어가 일어난 소도시 레딩에서 150㎞ 떨어진 곳이기도 하다.



◇ LA 주변 산불로 20만 명 대피…인구밀집지역 큰 피해 우려
LA 북서쪽에서 잇달아 발화한 울시파이어와 힐파이어는 북 캘리포니아 산불보다 규모는 작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밀집한 지역을 위협하고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
LA 북서부 해안과 산간에 걸쳐 있는 말리부는 전체 주민 1만2천여 명이 대피했고, 벤투라 카운티까지 포함하면 남 캘리포니아에서 불을 피해 피신한 주민 수가 20만 명에 달한다고 CNN은 전했다.
울시파이어는 10일 현재 진화율이 제로에 가깝다. 불에 탄 피해 면적은 7만 에이커(283㎢)에 달한다.
건조하고 강한 샌타애나 강풍 때문에 두껍고 누런 연기구름이 상공을 뒤덮고 있다.
말리부의 초호화 맨션도 상당수 불에 탔다. 유명 방송인 케이틀린 제너의 집도 불에 탔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LA 동물원도 불길과 연기의 위협을 받아 우리에 있던 일부 동물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불길이 캘리포니아 남북을 잇는 주요 도로인 101번 고속도로를 휘감아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 미국의 1번 도로인 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도 한동안 불통했다.
LA 카운티 경찰국은 이 지역에서 숨진 주민 2명이 산불과 관련돼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가 정확히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일 12명을 숨지게 한 '보더라인 그릴 & 바'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한 사우전드오크스 주변에서 일어난 힐파이어는 현재 25%의 진화율을 보인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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