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홈런에 날뛴 린드블럼 "아이가 된 것 같았다"
KS 4차전 7이닝 10K 무실점으로 2-1 승리 견인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두산 베어스 우완 투수 조쉬 린드블럼(31)은 역시 에이스였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정규시즌 때와는 다른 투구 폼을 갑자기 들고나와 부진했던 그는 팀이 벼랑에 몰린 4차전에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린드블럼은 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포스트시즌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7이닝 114구 3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1실점으로 '홈런 공장' SK 타선 가동을 힘으로 중단했다.
린드블럼의 인천 SK 문학구장 등판을 앞두고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예측이 많았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2.88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2점대를 기록한 그는 인천 원정경기에서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5.06으로 부진했다.
린드블럼이 인천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그가 플라이볼 투수라서다.
린드블럼의 땅볼/플라이볼 비율은 0.58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가장 낮다.
한국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며 과감하게 정면 대결을 펼쳐 야수의 힘으로 아웃 카운트를 올리는 게 그의 경기 운영 방법이었다.
펜스까지 거리가 짧아 홈런이 많이 나오는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린드블럼은 올해 정규시즌 3개의 피홈런을 기록, 홈인 잠실구장(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내줬다.
그러나 린드블럼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단 하나의 외야 플라이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가 잡은 21개의 아웃 카운트 중 삼진이 10개, 파울 플라이를 포함한 내야 뜬공이 5개, 내야 땅볼이 6개였다.
결정적인 순간 홈런 두 방을 내주고 무너진 1차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경기 후 린드블럼은 "내가 원하는 곳에 던졌다는 게 1차전과 달랐던 점"이라며 "특히 3회 위기를 1실점으로 넘긴 게 컸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유일한 위기는 3회였다.
1사 2루에서 김강민에게 1루와 2루를 통과하는 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준 린드블럼은 한동민을 볼넷, 최정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만루에 몰렸다.
여기서 린드블럼은 제이미 로맥과 박정권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환호했다.
그는 "3회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으로 누를 모두 채웠지만, 삼진 두 개를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며 "원하는 대로 던져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맥과 박정권의 헛스윙을 유도한 결정구는 모두 변화구였다.
로맥에게는 풀 카운트에서 바깥쪽 높은 컷 패스트볼, 박정권에게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커브를 선택했다.
3회를 넘긴 린드블럼은 4회 선두타자 이재원에게 단타를 내준 뒤 7회까지 12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그리고 8회초 정수빈이 1사 1루에서 역전 2점 홈런을 터트린 덕분에 팀은 2-1로 승리, 시리즈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렸다.
린드블럼은 정수빈의 홈런이 터졌을 때 흥분의 도가니였던 두산 더그아웃에서 가장 신나게 날뛰었다.
아예 더그아웃 밖으로 나와서 펄쩍 뛰며 환호했다.
린드블럼은 "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면서 "시리즈 내내 역전 홈런이 없었던 우리 팀에 가장 결정적인 순간 터진 홈런이라 내일부터 완전히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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