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망언 속출 아베 내각…"전원야구 아닌 전원폭투 내각"
돈받고 국세청 민원하고 지방 비하 발언…부적절 후원금·교육칙어 옹호
말실수 잇따르고 "내 담당 아니다" 모르쇠…'옷 벗고 활보' 과거도 들통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내각 각료들의 비위가 끊이지 않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올림픽 담당상은 개원 중인 임시국회에서 말실수와 함께 무책임한 발언을 연발해 가벼운 신변잡기가 주로 다뤄지는 일본 TV의 '와이드쇼' 프로그램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는 기자들로부터 북한 올림픽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참가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총리 관저와 외무성이 정할 일로 내 담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담당 업무도 잘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국회에서 1천500억 엔(약 1조5천억 원)인 국가의 올림픽 예산 부담액을 '1천500 엔(1만5천 원)'이라고 잘못 말하고, 질문자인 렌호(蓮舫) 입헌민주당 참의원 간사장을 '렌포'라고 불렀다가 망신을 사기도 했다.
사쿠라다 담당상은 2016년 군 위안부에 대해 "직업적 매춘부였다"고 발언해 일본 국내에서 비판을 받고 한국 정부로부터도 공식 항의를 들었던 문제 인물이다.
7선의 중진 의원이지만, 야권에서는 "준비 부족이니 사퇴해야 한다", "공부를 더 해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9일 사쿠라다 담당상 등 각료들의 자질 부족, 비리, 과거 비위 등이 잇따라 문제가 되고 있다며 아베 총리가 지난달 초 개각 때 새 내각을 '전원야구 내각'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전원폭투 내각'이라고 꼬집었다.
전원야구는 주전과 후보, 포지션에 상관없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을 뜻하는 일본의 야구 용어다. 각료들의 활약을 기대하라며 야구 용어를 내각에 붙였지만, 실제로는 각료들이 폭투하며 허둥대고 있다고 비꼰 것이다.
도쿄신문은 사쿠라다 담당상을 톱타자(1번 타자)라고 명명하면서 다음 타자로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지방창생상을 꼽았다.
가타야마 지방창생상은 2015년 한 기업으로부터 100만 엔(약 1천만원)을 받고 국세청 관계자에게 전화해 이 회사의 세금 문제를 민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방창생(활성화)을 담당하는 각료지만 임명 전 일본 주요 4개 섬 중 하나인 시코쿠(四國)를 '외딴 작은 섬'이라며 비하하거나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거리 광고판을 선거 유세 포스터처럼 만들었던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가타야마 역시 한국과 관련한 망언을 일삼은 인물이다. 그는 과거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주장한 바 있다.
각료 취임 후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망언을 했던 미야코시 미쓰히로(宮腰光寬)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은 과거 자민당 의원들이 머무는 아파트에서 알몸으로 활보했던 '흑역사'가 들통나 망신을 샀다.
그는 자신이 대표를 맡은 자민당 도야마(富山)현 지부가 짬짜미로 행정처분을 받은 기업으로부터 과거 36만 엔(약 364만 원)의 기부를 받은 일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와타나베 히로미치(渡邊博道) 부흥상도 정치 후원금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가 대표인 자민당 지바(千葉)현 제6선거구 지부는 정부 보조금을 받은 기업으로부터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중소기업 중앙회)를 통해 36만 엔을 받아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
시바야마 마사히코(柴山昌彦) 문부과학상의 경우 제국주의 교육의 핵심으로 터부시돼온 '교육칙어'를 옹호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교육칙어를 현대적으로 정리해 가르치는 것에 대해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교육현장에서 활용하도록 권장할 생각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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