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신발 사자'…대구 동성로 매장 앞 600여명 장사진
지방에서 '이지부스트' 첫 발매…가족 총출동하고 노숙까지
(대구=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9일 대구 중구 동성로 아디다스 매장 앞은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몇몇은 매장 앞에 캠핑 의자를 펴서 자리를 잡았고, 바닥에 박스를 길게 깔고 누워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전날 저녁까지 비가 내려 쌀쌀한 날씨였지만 줄을 선 사람들은 롱 패딩 등 두꺼운 옷으로 추위를 견디며 매장문을 열 때까지 움직일 줄 몰랐다.
이들이 이런 고생을 하면서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정판 아디다스 운동화다.
아디다스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이지부스트 지브라' 모델을 공식 발매한다. 이지부스트 시리즈는 미국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칸예 웨스트가 디자이너로 참여한 신발이다.
지금까지 나라별로 소량만 판매해 아디다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응모한 후 당첨된 사람들만 구할 수 있었다.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수량은 늘 한정돼 중고도 비싸게 팔려 이를 노리고 신발을 되파는 '리셀러(Re-seller)'들도 많이 등장했다.
국내 정가는 29만9천원이지만 지난해 이 신발 거래가는 15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매장에서 한정판 신발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방에서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발 인기를 실감하듯 아디다스 매장 앞은 오전 11시까지 6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섰다.
가족이 모두 나온 경우도 있고 외국인들도 곳곳에 줄을 서 매장이 문을 열기만 기다렸다. 구매자들은 매장에 도착하면 자발적으로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줄 맨 끝에 서는 질서정연한 모습도 보였다.
가장 앞줄에 있는 A씨는 "전날 오후 9시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며 "날씨가 추웠지만, 대구에서 이지부스트를 살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A씨를 시작으로 소식을 듣고 달려 온 구매자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이날 새벽 첫차 시간이 지나면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포항에서 왔다는 B씨는 "인터넷으로 신청만 하다가 이렇게 줄을 서보니 기분이 색다르다"며 "경북 여러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 한 관계자는 판매하는 신발 수량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수량을 넉넉하게 준비해 이번에는 많은 사람이 이지부스트를 신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부 구매자들은 길게 선 줄을 보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오전 10시가 넘어 매장에 온 C씨는 "줄을 선 사람 중에 웃돈을 얻어 되팔려는 '리셀러'도 분명 많을 것 같아 신발을 좋아해 직접 신으려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psyki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