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성희롱·성폭력 '사적 중재 의무 원칙' 폐기
법원 소송 가능해져…'실리콘밸리 브로컬쳐 변화 모멘텀 되나"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성추행이나 성폭력으로 문제가 된 '스타 엔지니어'들을 감싸왔다는 비난에 직면한 구글이 8일 나름 '획기적인' 사규 개정안을 발표했다.
성적 비행과 관련된 문제가 생겼을 때 중재를 통해 조용히 해결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을 선택 사항으로 바꾼 것. 이는 당사자가 원할 경우 중재 대신 법원 소송으로 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실리콘밸리 기술기업 직원들은 회사에서 이런 문제가 생길 경우 법원에 제소하지 않고 중재로 해결하겠다는 계약 조항에 서명할 것을 강요받아왔다. 회사 이미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는 '기밀 준수'로 인식되면서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지 못해도 피해자가 외부에 호소할 길을 막아버리는 역효과를 낼 뿐 아니라, 문제 된 직원이 설사 해고되더라도 그 사람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됐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옮긴 직장에서도 그런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구글의 이번 조치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의 성폭력 문제를 비밀에 부치고 9천만 달러의 퇴직 위로금까지 지급하는 등 구글이 남성 고위 임원들의 성적 비행 문제를 관대하게 처리해왔다는 뉴욕타임스(NYT)의 폭로 기사가 나오고 전 세계 2만여 명의 구글 직원들이 일시 파업을 단행한 후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는 성희롱이나 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적 중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여전히 여러 이유(사생활 보호 등)에서 중재가 최선의 길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구글이 성희롱 등의 문제에서 중재 의무조항을 포기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브로 컬처(Bro Culture· 남성 중심 문화)'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매우 거대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일 일시 파업을 조직화한 직원 대표들은 '중재 의무조항' 폐기, 구글 모기업 알파벳 이사회에 직원 대표 포함, 성별 관련 임금 자료 공개 등 5개 항을 요구했다.
그러나 피차이 CEO는 중재 의무조항 폐기 외에 다른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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