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전문가 참여하는 숙려제로 개선책 찾는다
전문가·교원·학부모 등 30여명 참여…자체종결제·학생부 미기재 대상 논의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정부가 학교폭력(학폭)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일반 시민이 아닌 교수·법률전문가·학생·학부모 참여단을 꾸리고 정책 숙려제를 시행한다.
기존 숙려제에서는 일반 시민이 주축이 돼 정부 권고안을 도출하다 보니 논의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여론조사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국민참여 정책 숙려제를 10일부터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숙려제에는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30여명이 참여한다.
참여단은 ▲ 교수 ▲ 학폭 업무 경력이 2년 이상인 장학사·장학관 ▲ 학폭 업무 경력이 3년 이상인 민간전문가 ▲ 법률전문가 ▲ 학폭 예방 활동 경험이 있는 학생 ▲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소속 학부모 등 7개 분야로 구성된다.
교육부가 공신력 있는 단체·기관에서 추천받아 분야별 4명 또는 5명을 선정한다.
전문가·이해관계자 참여단 논의는 10일부터 18일까지 학습과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는 방식이다. 17∼18일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토론이 진행된다.
주요 쟁점은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해 피해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폭위를 열지 않기를 바랄 경우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사안을 종료할 수 있는 '자체종결제' 도입 여부다.
교육부는 자체종결제의 경우 ▲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 피해 ▲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 지속적인 사안이 아닌 경우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해 학생 조치사항 가운데 경미한 사항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도 논의한다.
현행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처분은 수위가 가장 낮은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9단계로 나뉜다. '경미한' 사항의 범위는 1호∼3호(교내 봉사)까지인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참여단은 논의 과정에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도 참고한다.
교육부는 1천명 이상의 학생·학부모·교원·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자체종결제와 경미한 사항 미기재 방안에 대한 찬반, 이유, 제도개선 과제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만 "설문조사 결과와 참여단의 권고안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숙려제 1호 안건이었던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의 경우 정부 권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학부모·교원·일반 국민이 중심이 돼 숙의를 거쳤다.
하지만 교육부가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과 교육정책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전문가가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전문가·이해관계자가 토론하고, 이 과정에서 일반 국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고려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참여단의 권고안을 존중하되 최종 개선안은 설문조사 결과와 그간의 의견수렴 결과, 학교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달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폭의 경우 피해·가해 학생과 학부모 간에 갈등이 존재하는 만큼 전문가 논의를 통해 결과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설문 결과를 정책 결정에 참고함으로써 정책 마련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경청한다는 숙려제 취지를 살릴 것"이라고 전했다.
cin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