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변경 동의하면 후기도 못올린다?' 패키지여행 피해급증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A씨는 최근 퇴직 기념으로 아내와 함께 캐나다 단풍 기차 11박 13일 패키지여행을 떠났다.
앞선 일정들을 마치고 기대에 가득 차 기차역에 당도한 A씨와 일행들은 폭우로 열차 운행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여행 가이드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일정 변경은 어쩔 수 없으니 일정 변경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다음 일정으로 넘어갈 수 없다며 여행객들에게 서명을 종용했다.
하지만 이 동의서에는 단순히 일정 변경 및 환불 사항에 대한 내용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향후 본건과 관련해 여행사를 상대로 일체의 이의제기, 온라인(SNS·블로그 등) 상 어떠한 형태의 글 게재 또는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합의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이에 A씨는 "여행 일정이 어쩔 수 없이 변경돼 이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이해하나 이처럼 추후 문제 제기나 후기 작성 등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여행사 측에 연락해 항의했으나 내용을 알아보고 연락주겠다고 한 후 열흘이 넘게 연락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외여행 관련 피해구제 접수는 2015년 759건, 2016년 860건, 2017년 958건, 올해 10월 기준 812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패키지여행의 경우 현지 가이드가 불성실하게 진행하고 일부 일정을 누락한 것이 주요 사례로 보고되는데, 이는 국내 여행사가 현지 랜드(여행)사와 협업해 진행하는 패키지 여행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대부분 패키지여행 상품은 국내 여행사에서 현지 랜드사로 다시 현지 가이드로 연결되는 구조로 구성된다.
여행사는 상품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면서 단가에 맞게 여행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랜드사와 일정 기간 계약을 맺는다.
이때 여행사는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보내려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그로 인한 손해를 메울 수 있게 쇼핑센터, 선택 일정 등을 일정에 넣고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대부분 여행사는 일정을 미리 고지하지만, 현지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 대처와 선택 일정에 대한 영업은 가이드의 재량이기 때문에 간혹 관리 책임이 불거지곤 한다.
A씨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해당 여행사는 "관련 동의서는 여행사 공식 문서는 아니고 현지 랜드사에서 자체적으로 문구를 집어넣은 것"이라며 "바로 시정 조치했고, 이러한 사례가 더 있는지 자체적으로 전수 조사를 해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비수기 및 특가 프로모션이 필요한 경우에는 여행사와 랜드사가 협의해 상품가격을 낮추고 수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모든 상품이 현지 메우기식으로 운영되지는 않는다"며 "요즘에는 초저가상품 운용을 지양하면서 제값 받는 여행상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여행업협회는 지난해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을 마련해 여행사들에 보급하고 있다.
이 표준안에는 상품가격, 선택관광, 쇼핑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돼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안심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특약사항이 있는 여행상품의 경우 계약해지 시 계약금을 환급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특약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소비자 상담 콜센터인 '1372소비자상담센터' 또는 '행복드림 열린소비자포털' 애플리케이션에서 상담 또는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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