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시장' 비난받던 박남춘 인천시장 "청라 소각장 재검토"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 잇따라 인천시 현안에 '쓴소리'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 청라 소각장 증설 계획이 전격 보류됐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소각장 등 환경시설은 주민 수용성이 사업의 기본"이라며 "청라 소각장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재검토시켰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하루에 420t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서구 경서동 청라 광역폐기물 소각장을 전면 보수하고 처리 용량을 750t 규모로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2001년 준공된 소각장이 내구연한인 15년을 넘어 낡았고, 도시 폐기물도 급증해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시설이 필요하다고 보고 올해 6월 타당성 용역을 발주했다.
그러나 청라 주민들은 서구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사용기한도 연장된 마당에 폐기물 소각장까지 증설되면 악취 등 환경피해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이달 3일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청라 주민 1천여명이 커낼웨이에서 집회를 열고 소각장 증설 반대를 외친 날, 박 시장이 SK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야구 경기와 인천유나이티드FC의 축구 경기 승리에 기뻐하며 감독들과 하이파이브하고 포옹하는 사진이 페이스북에 오르자 청라 주민의 반감은 더욱 커졌다.
급기야 이재현 서구청장도 5일 "지난 17년간 환경피해를 감내해온 청라 주민과 서구민의 입장에서 새로운 증설은 강력히 반대한다"며 인천시의 소각장 증설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인천 지역 정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 구청장이 주민 여론을 등에 업고 강수를 뒀다는 평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박남춘 시장의 협치·소통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남춘 시장의 현안 사업 추진 방향을 놓고 같은 당 소속 기초단체장이 불만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남석 연수구청장은 지난달 언론 기고문에서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축소될 우려 때문에 주민 분노가 크다며 "시와 인천경제청은 더 이상 주민들에게 '양치기 소년'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지역에서 시장의 '불통'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박 시장은 시민의 집단지성을 믿고 가겠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연수구에서는 저를 동물에 비유한 현수막도 걸렸었고, 서구에선 무능과 불통 시장이라고 문자폭탄이 왔습니다"라며 "지혜롭게 현안을 풀어가면 칭찬하는 현수막도 걸리고 격려하는 문자도 받게 되리라 믿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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