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더 게스트' 김동욱 "윤화평의 의지와 절실함에 주목했죠"
"'제2의 전성기'요? 평가는 보시는 분의 몫"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장르도, 인물도 모두 새로워서 어떻게 시청자 공감을 얻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배우 김동욱(35)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영화 '신과함께'에 이어 최근 종영한 OCN 주말극 '손 더 게스트'에서도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며 '믿고 보는 배우'로 발돋움했다.
한국형 엑소시즘을 표방한 '손 더 게스트'에서 악령의 정체를 쫓는 영매 윤화평을 연기한 김동욱을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났다. 김동욱은 시종일관 진중했으며 그에게선 배역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윤화평이라는 인물이 재미있긴 했지만, 그의 다양한 감정과 모습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죠. 영매이면서, 무속인 집안에서 자라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악령을 쫓는 설정 자체가 너무 새로웠으니까요. 이런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신뢰와 설득력을 줘야 했어요. 새로운 장르라서 많은 분이 흥미로운 작품이 되겠다는 기대를 많이 하시기도 했고요. 그런 만큼 해내야 하는 것이 많아서 부담이 많았죠."
김동욱이 찾은 그 고민의 답은 윤화평의 '의지와 절실함'이었다.
"윤화평이 본격적으로 사건과 존재를 파악하고 파헤치기 시작했을 때 실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작가·감독님과 계속 이야기하면서 찍었어요. 저는 윤화평이 자신이 지닌 능력을 뛰어넘는 의지와 절실함으로 시청자들을 공감·설득시키면 그런 빈 곳이 조금은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윤화평은 최윤과 강길영에게도 계속해서 악령을 쫓게 만드는 의지를 다지는 인물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는 "윤화평이 극 중에서 겪는 일이 제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라서 '그 상황에서의 슬픔, 아픔, 고통이 어떨까'라는 생각만 할 때도 많았다"며 "촬영하는 5개월 동안 웃으면서 찍은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회에서 다른 이들을 구하기 위해 악령 박일도를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여 빙의된 연기도 큰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 회 대본을 받고 나서는 매일 그 장면 때문에 고민했어요. 며칠을 고민한 결과, 박일도와 윤화평일 때의 모습이 너무 다른 사람 같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결론 내렸죠. 이어지는 바닷가와 수중 신은 체력적으로도 정말 힘들었어요. 저희가 그 신만은 모니터를 못 했거든요. 그 순간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하는 수밖에 없었죠."
그는 처음부터 박일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주연 세 명은 처음부터 박일도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감독님이 안 알려주려고 하길래 '그걸 모르면 그 인물들을 연기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죠. (웃음) 나중에 화평이 살아 나오는 결말까지는 몰랐어요. '물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는 말을 들어서 '화평이가 죽나보다' 싶었죠. 마지막 장면을 두고 시즌2가 나오는 것인지 많이 궁금해하시는데, 시즌2가 나올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안 했어요. 영화화 이야기도 본격적인 것은 아니었고요. 영화나 시즌2가 논의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작품을 잘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요."
극 중 최윤을 연기한 배우 김재욱과의 '브로맨스' 호흡도 주목을 받았다. 두 배우는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11년 만에 재회했다.
"재욱 씨와는 함께 있으면 편하고 현장에서 재밌게 찍다 보니 절 보다가 집중을 못 하는 적도 많았죠. (웃음) 저희를 좋게 봐주시면 기분 좋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요. 정은채 씨와도 남매처럼 친해졌어요. 모든 장면이 감정신이거나 액션신이라서 촬영 중간중간에 일부러 더 농담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쳤죠."
윤화평과 드라마가 사랑을 많이 받은 데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동욱은 "많은 분이 화평이를 사랑해주시고 함께 아파해줬는데, 그게 캐릭터에 대한 공감인지, 연민인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화평이라는 인물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해 주는 분이 많다는 것에 만족한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진하림 역으로 얼굴을 알린 김동욱은 드라마 '민들레 가족'(2010), '하녀들'(2014), '자체발광 오피스'(2017)와 영화 '국가대표'(2009), '후궁:제왕의 첩'(2012), 그리고 최근 '신과함께'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다.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에 대해 김동욱은 "평가는 보시는 분들의 몫이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배우 생활을 하는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으면서 지내고 싶어요. 계속 고민하면서요. 그 결과가 작품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때도 있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도 있겠지만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하다 보면 조금씩이라도 계속 성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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