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사랑해서 현장을 지켰지만…" 보육교사의 눈물
"국공립어린이집 비리도 심각"…지원금 유용·급식 비리 등 고발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보육교사들은 잠재적 예비범죄자 취급을 받는 감정노동자입니다.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버티며 자신의 아이만큼이나 사랑해서 현장을 지켜왔던 수많은 보육노동자가 공익제보와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준비한 글을 읽은 지 1분도 되지 않아 보육교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미 동료 8명이 직장을 잃고 자신마저도 해직 통보를 받은 상황, 그간의 고초와 보육교사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등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듯했다.
흰색 마스크를 내리고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려 했으나 울컥하기를 수차례.
그는 자신이 근무했던 국공립어린이집에서 겪은 비상식적인 일들을 털어놨다.
부당한 계약 요구와 해고, 영유아들 공간을 원장 개인 소유물로 착각하고 힘없는 교사들에게 권력을 휘두른 일, 관리·감독 담당자들의 비정상적인 행정 처리가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왔다.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라도 어린이집의 참 주인인 영아들과 학부형에게 안정된 어린이집을 찾아주어야겠다고 용기를 냈습니다."
이미 직장을 잃은 교사들도 영유아들이 하루빨리 정서적 안정을 찾고, 평등한 보호와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보육지부 강원지회는 6일 오전 춘천시청 앞에서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국공립어린이집 비리도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여과 없이 나왔다.
이들에 따르면 춘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은 원장은 아이들에게 폭언을 일삼고 차별했다.
급식도 학부모에게는 고급 재료를 산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금액이 비싼 중요한 먹거리는 싼 곳에서 구매했고 그 양도 모든 아이의 배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예산이 없어요", "잔치국수? 흉내만 내∼" 등 원장의 행태는 비상식적이었다.
교사들이 무임금으로 추가근무하는 것도 비일비재했다. 추가보육수당을 물으면 "그 돈 없으면 죽니?", "안 줬으면 좋겠다", "그 돈 어린이집에 기부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손 놓고 있는 사이 그 피해는 정보가 없는 부모들과 아이들이 보게 되고, 결국 공익제보하는 보육교사만 해고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이라도 개인위탁이기 때문에 개인 가치관에 따라 민간시설만도 못한 곳이 될 수 있다"며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외쳤다.
어린이집 비리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근절될 수 있으며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의지의 문제라고 했다.
보육현장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권리, 보육노동자가 행복하게 일할 권리, 부모들이 행복하게 키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춘천시는 출산보육과 공무원을 징계하고, 국공립어린이집 비리와 관련해 감사관실에서 직접 감사해야 한다"며 "춘천시의회는 공익신고 보호 조례와 안전한 국공립어린이집 운영조례를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은 부당한 계약 요구와 해고 등은 없었다고 알려왔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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