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원유제재'서 한국 포함 8개국 '한시적 예외' 인정(종합2보)
中·日·인도·터키·이탈리아·그리스·대만도 예외대상 포함
폼페이오 "모든 나라의 '이란산 원유수입 제로(0)화' 위한 협상 계속"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이해아 특파원 = 미국은 5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 한국 등 8개국에 대해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의 내셔널 프레스빌딩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 전면 복원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
한시적 면제를 받는 곳은 한국을 포함,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터키 등 8개국이라고 폼페이오 장관은 말했다.
그는 이들 국가에 대한 '한시적 면제' 조치의 배경에 대해 석유 시장의 원활한 공급 보장 차원 등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들 8개국에 대해 "이 각각의 국가는 이미 지난 6개월간 이란산 원유의 구매에 대한 상당 규모의 감축을 보여왔다"며 이 가운데 2개국의 경우 이란산 원유수입을 이미 완전히 끊었고 제재 체제가 유지되는 한 수입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석유 판매로 인해 얻는 소득은 100% 해외 계좌에 예치될 것"이라며 이란은 이 자금을 오로지 인도주의적 거래나 제재 대상이 아닌 제품의 거래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나라의 '이란산 원유수입 제로(0)화'를 이루기 위해 계속 협상을 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20개국 이상이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원유수입을 감축함으로써 이란산 석유 수입을 이미 줄였다"며 "제재는 이란의 국제적 경제활동을 급속도로 저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과의 새로운 합의가 가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8개국 면제 조치에 대해 "지난 3∼4년 동안 이란산 석유를 구매해온 일부 나라들의 경우 '제로'로 (수입량을) 축소하기 위해선 일정 기간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이것은 영구적 면제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을 강하게 쥐어짜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지속해서 감축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 6개월(180일)간 한시적으로 원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겠다는 것으로, 실질적 감축 상황 등을 판단해 180일마다 갱신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 예외 조치로 우리나라는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을 180일간(연장 가능) 제한된 물량으로나마 지속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제재 예외 인정으로 한국-이란 원화결제시스템이 유지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이란 수출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러나 원유수입을 상당량 감축해야 하는 데다 180일마다 감축 실태 등을 근거로 다시 갱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우리 기업으로서는 일정 부분 후유증 내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우리나라는 이란 핵 합의 탈퇴에 따른 대(對)이란 제재 스냅백(복원)으로 기업의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원유제재 복원 조치가 이뤄져도 우리 석유화학업계에 긴요한 이란산 콘덴세이트의 수입 지속과 한국-이란 결제시스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개진해왔다.
특히 이란산 원유수입과 연계된 원화결제계좌를 통해 기업들이 대이란 수출 대금을 받는 만큼, 이 결제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란산 원유수입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하에 수입량의 상당한 감축을 전제로 한 예외국 인정을 요구해왔다.
미국의 원유제재는 미국 정부가 이란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뒤 금·귀금속, 흑연, 석탄, 자동차, 상용기·부품·서비스 수출 등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한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1단계 제재를 8월 7일 부활시킨 데 이어 이날 0시를 기해 2단계 제재를 복원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에 복원된 2단계 제재는 이란의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란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을 차단하고 국영 석유회사(NIOC), 국영 선박회사, 이란 중앙은행 또는 이란 내 은행과의 외국 거래를 차단하는 강도 높은 내용이어서 사실상의 '본 제재'라 할 수 있다.
이란의 기간 산업체인 주요 국영회사들이 제재 리스트에 오르고 이란산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하는 외국 기업들도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등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한 것은 2015년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의 핵합의 타결에 따라 이듬해 1월부터 대 이란 제재를 완화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정부 시절이던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 합의에 대해 이란이 핵 프로그램 감축이라는 합의 조건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지난 5월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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