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여야정 합의, 입법·예산 뒷받침이 중요하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가 12개 항의 합의문을 도출했다. 정치권이 모처럼 '차이점'을 부각하기보다 '공통점'을 넓히는 생산적 협치의 자세를 보여 환영할 일이다. 정국 현안인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 사법농단 의혹 특별재판부, 판문점선언 국회동의에 대한 합의점은 도출하지 못했지만, 국민 체감도가 높은 민생·경제 입법에 대한 공동 대응을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일부 합의들이 원론적 언명이라 이행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되지만 여·야·정의 공통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국회의 예산·법안 심사가 본격 돌입한 시점에서 여야는 대통령과 원내대표들의 합의를 토대로 초당적 정치를 모색해야 한다. 여·야·정 협의체는 당면한 경제 현안은 물론 국민안전 문제, 한반도 비핵화·평화, 지방분권, 선거제도 개혁, 에너지 정책 등 광범위한 사안을 망라해서 논의했다. 경제와 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은 공통적인 만큼, 협치를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합의문도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문구를 제일 앞에 내세웠다.
소상공인과 자영업,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법안처리 및 예산 반영 등 모든 방안을 강구키로 한 합의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우선 지켜지기를 바란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채용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고, 문 대통령은 "채용비리 문제와 관련해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늦어도 내년 1월까지 마치고, 드러난 비리에 대해서는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청년 구직자들의 분노와 좌절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대처는 신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의당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입법 조치를 마무리하고, 경제활력을 위한 규제혁신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았다.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조치다. 불법 촬영·유포 행위에 대한 처벌강화 법안, 강서 PC방 사건 대책 후속 입법, 음주 운전 처벌 강화 법안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평범한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피해를 안을 수 있는 불안감이 확산하지 않도록 제도적 대처가 시급한 사안들이다. 출산과 육아 지원 예산 수혜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아동수당법을 신속히 개정하기로 했다. 보편복지 확대 논의의 물꼬가 트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는 "꼭 처리됐으면 좋겠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고, 자유한국당의 탈원전 기조 비판에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바꿀 수 없다"고 원칙을 고수하면서 "탈원전 정책은 장기적인 것이며 임기 중에 원자력 발전소 2기 건설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합의문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기초로 원전 기술력과 원전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문구로 조율됐다.
합의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여·야·정의 합의사항이 입법과 예산으로 뒷받침되는 게 필요하다. 이행되지 못하는 합의는 정치권 불신을 증폭시킬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갈등을 유발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국민에게 부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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