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사우디 왕실, 왕족 석방으로 '이미지 세탁' 모색
'반부패 개혁' 내세워 구금했던 왕자 석방…FT "억류 인사 석방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왕실에 비판적이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으며 궁지에 몰린 사우디아라비아가 구금 중이던 왕족을 풀어주는 등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CNN 방송 등은 사우디 당국이 최대 부호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형제 칼레드 빈 탈랄 왕자를 11개월 만에 석방했다고 보도했다.
칼레드 왕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반부패 수사 과정에서 지난 1월 체포돼 구금됐다가 최근 석방됐다.
그의 아들과 조카들은 지난 3일 그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는 가족사진을 SNS에 게재하며 석방 소식을 알렸다.
칼레드 왕자는 지난해 반부패 수사 대상자로 몰려 다른 왕족들과 리야드의 리츠 칼턴 호텔에 무더기로 연금됐다가 석 달 만에 풀려난 사우디 억만장자 알왈리드 왕자의 형제다.
석방 당시 알왈리드 왕자는 매달 3천만 달러(약 315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주식 배당금을 사우디 정부에 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또 국제사회에서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자신의 왕권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만한 세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칼레드 왕자가 석방되기 불과 며칠 전에는 사우디의 예멘 내전 참전 등 왕실의 정책을 비판하며 영국 런던에서 자진해 망명 생활을 하던 살만 국왕의 형제 아흐메드 빈 압둘아지즈 왕자도 돌연 귀국했다.
FT는 사우디 왕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무함마드 왕세자가 반부패 수사 과정에서 구금했던 왕족과 부호들을 앞으로 수일 내 추가로 석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면 대상에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권력 독점 과정에서 수감됐던 성직자들과 시민 운동가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FT는 2001년 9·11 테러 이래 사우디 왕실이 직면한 최악의 외교적 위기로 꼽히는 카슈끄지 사태로 실추된 왕실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당분간 구금된 왕족과 주요 인사들의 석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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