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심판들 "안우진 슬라이더, 조용준 보는 듯"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역대급 명승부로 남은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5차전은 야구팬들에겐 짜릿한 재미를, 심판들에겐 적지 않은 피로감을 남겼다.
SK의 승리로 막을 내린 지난 2일 PO 5차전은 4시간 54분이나 진행된 혈전이었다.
경기가 끝난 시간은 11시 24분으로 역대 플레이오프 중 가장 늦게 끝났다.
한동민의 역전 결승 끝내기 홈런이 터진 PO 5차전의 TV 시청률은 전국 8.9%, 수도권 9.7%를 찍어 플레이오프 기준 2012년 롯데 자이언츠-SK 5차전(11.4%)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경기가 시종 흥미진진했다는 뜻이다.
다만, 경기가 길어질수록 가장 힘든 사람들이 있다. 매 순간 긴장해야 하는 심판들이다.
스트라이크와 볼, 아웃과 세이프 선언 하나에 따라 양 팀의 1년 농사가 뒤바뀌기에 평소보다 배 이상의 집중력으로 콜을 해야 한다.
이들이 집중력을 쏟아부은 덕분에 다행히 올해 포스트시즌에선 판정과 관련한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PO 5차전에 투입된 심판들은 "정말 힘든 경기였다"며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구심으로 5시간 가까이 홈플레이트 뒤에 선 김병주 심판은 "포스트시즌에서 그렇게 긴 경기의 주심은 처음으로 봤다"고 했다.
김 심판위원은 미리 정해진 심판 출장 순서에 따라 4일 두산 베어스와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주심 마스크를 쓴다.
최수원 심판위원은 "넥센 안우진의 슬라이더는 마치 예전 조용준의 슬라이더를 보는 것 같았다"며 "알고도 못 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라고 전했다.
정규리그에선 느끼지 못했던 슬라이더의 날카로움이 올가을 위력을 발휘했다는 평이다.
심판위원들은 포스트시즌 흥행에 큰 힘을 보탠 젊은 넥센 선수단의 선전을 높게 평가했다.
젊은 넥센을 이끈 장정석(45)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 보인 과감한 전략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심판들은 심판이기 이전에 야구인으로서 경기에서 솔직히 느낀 아쉬움도 잊지 않았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집이 커지고 근육도 늘어난 타자들을 투수들이 힘으로 못 해보는 현상, 결정력 부재로 잔루가 늘어나는 현상 등을 꼽았다.
한국 야구의 발전과 퇴보를 현장에서 지켜보는 심판위원들의 한마디는 되새겨 볼 가치가 크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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