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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청소년들 도심서 '스쿨미투' 집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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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청소년들 도심서 '스쿨미투' 집회(종합)
4월 용화여고 포스트잇 계기로 촉발…"학내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등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중·고등학교 내에서 벌어진 미투(Me too) 운동을 일컫는 '스쿨미투'에 동참하는 학생들의 집회가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인 3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렸다.
전국 각지 중·고교 여학생 모임 등 30여 개 단체가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이 날 집회는 스쿨미투에 참여한 학생들의 발언, 학교의 권위를 상징하는 칠판을 부수는 퍼포먼스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서울 한 중학교의 학생은 "학교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교사들이) 예쁜 학생은 무릎에 앉히고 '수행평가 만점 주겠다'거나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쭉쭉빵빵해야 한다' 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청주의 한 고등학생은 "선생님이 '여성은 남성 앞에서 자면 안 된다, 여자는 60㎏ 넘어가면 안 된다, 살 빼라' 등 발언을 했다"며 "여교사를 성희롱했던 교장은 같은 재단에서 (다른 학교 교장으로) 다시 취임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여름'이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스쿨미투 활동가는 "학교는 학생을 보호한다고, 함부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라"며 "함부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권력"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전북의 한 공동체 대안학교에 다녔다는 여성은 "가족보다 더 신뢰하던 교사한테 성추행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했다"며 "선생님은 '자유로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했고 나는 거기서 계속 생활하려면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여성은 "몇 달 지나고서야 상담치료로 그게 성폭력인 줄 알았다"며 "그는 나를 학대하고 (성폭력에) 익숙해지게 했다. 그가 교육 관련 일을 하는 것을 막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올해 4월 시작된 스쿨미투 고발은 여학생의 일상이 얼마나 차별, 혐오, 폭력에 노출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스쿨미투가 고발한 것은 '일부 교사의 비상식적 만행'이 아니라 성폭력이 상식이 돼버린 학교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까지 여성을 위한 학교, 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었다"며 "학교에서 여학생은 출석번호 앞번호가 아니라 뒷번호로 불리고 운동장 전체를 누리지 못하며 남성의 부수적 존재로 살아갈 것을 강요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학생 인권이 없는 학교는 성폭력을 은폐했다"며 "교사는 생활기록부, 추천서 등 학생 진로를 좌우할 권력을 가진다. 압도적인 위계관계 속에서 학생이 교사를 고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스쿨미투는 끝나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우리의 이야기는 교실 안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교문을 벗어나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 시행 ▲ 학생들이 안심하고 말할 수 있도록 2차 가해를 중단할 것 ▲ 학내 성폭력 전국 실태조사 ▲ 성별 이분법에 따른 학생 구분·차별 금지 ▲ 사립학교법 개정과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민주적 학교 조성 등 5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집회 후 이들은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했다.
이 집회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 기성 여성단체들이 주관한 '학생의 날 맞이 스쿨미투 집회'와 함께 열렸다.
서울파이낸스센터 인근에는 교육계재립프로젝트라는 시민단체가 주최한 '교내 성폭력 근절 촉구 집회'도 있었다.
올해 4월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이 '#ME TOO'(나도 겪었다), '#WITH YOU'(당신과 함께) 등을 적은 접착식 메모지를 창문에 붙이면서 스쿨미투에 불이 붙어 확산했다.



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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