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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디비 "블랙넛 성적 모욕 이후, 사형선고와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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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디비 "블랙넛 성적 모욕 이후, 사형선고와 다를 바 없었다"
"불의에 눈감는 게 쿨한 것 아냐…내 삶의 주인공 되길"
'SBS D 포럼' 연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래퍼 키디비(본명 김보미·28)가 성적 모욕을 당한 뒤 사형선고를 받은 기분으로 살아야 했다고 고백했다.
키디비는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SBS D포럼'에 연사로 나서 가해자를 고소한 이유를 밝히며 "불의(不義)에 침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신을 성적으로 모욕한 블랙넛(본명 김대웅·29)을 고소한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선 키디비는 자작곡 '노바디스 퍼펙트'(Nobody's Perfect)를 부르며 무대에 나타났다.
'어린 소녀들이 떼로 짧은 치마를 입었지/ 경쟁 속 적은 투표율을 받은 그녀에겐 밋밋한 몸, 못난 얼굴이 error/ 메스꺼운 속을 달래며 돌린 채널'이라는 가사는 미디어의 성(性) 상품화를 신랄하게 꼬집으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키디비는 "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노래로 시작했다. 공연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것은 처음이라서 떨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무 인연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수차례 성적 모욕을 당했고, 저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고 사건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처음 겪는 일이기도 했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불쾌했지만 사회적 분위기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며 "2차 피해도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제 깊은 곳에서 '넌 가만 있으면 안 돼. 늦었더라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소송을 시작하게 됐다"며 "그러나 그 선택에도 의구심을 갖게 되고, 날이 갈수록 불안해져 잠들 수 없게 됐고, 사람 많은 곳에 갈 수 없게 됐다"로 털어놨다.
또 "자신에 대한 의심이 깊어져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을 만들지도 듣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괴롭게 만드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당찬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인 키디비였지만, 떠올리기 싫은 일을 되짚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는 중간중간 심호흡을 반복하면서도 또박또박 연설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망가진 자신을 다시 일으켜준 건 결국 음악이었다고 털어놨다.
키디비는 "어느 날 문득 제 인생에 처음으로 음악과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도망치지 않고 좋아했던 옛날 음악을 한 곡 한 곡 들었다"며 "나를 절실히 되찾고 싶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짙은 어둠 속에서 조금씩 빠져나왔다. 나를 인정해주자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긴 터널 끝에서 발견한 사실이 있다. 일단 나 자신을 의심하게 만든 사람들은 제 인생에 아무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쿨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의롭지 못한 것에 눈감는 게 쿨한 거라면 저는 앞으로 쿨하지 않으려 한다"며 "여러분들도 삶에서 주인공이 되는 삶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나 스스로 두 발로 일어나야만 한다. 자신을 믿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말끝에는 눈물이 묻어났다.
키디비는 지난해 자신을 모욕한 블랙넛을 고소했다. 블랙넛은 키디비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가사를 써 공개하고,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네 차례 열린 공연에서 키디비 이름을 언급하며 성적 수치심을 주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현덕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블랙넛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공판은 11월 29일 오전 열린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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