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약 암세포까지 온전히 배송하는 약물 전달체 개발
울산과기원 연구진 "코로나 현상 없어 다른 장기 독성 적고, 치료효율 종전의 10배"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치료 약물을 담은 '나노 입자'를 손상 없이 암세포까지 옮길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 암세포만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치료제 개발에 유용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자형·김채규 자연과학부 교수와 강세병 생명과학부 교수는 '약물 전달체 플랫폼 기술과 물질'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약물 전달체는 치료제를 담아 표적으로 삼은 세포에 전하는 물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수만 가지 약물 전달체는 실제 효과가 미미했다.
체내에 존재하는 수백 가지 단백질이 약물 전달체에 달라붙는 현상(단백질 코로나 현상) 때문이다. 약물이 암세포 등 표적에 도달해도 치료효율이 매우 낮고,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쳐 독성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연구진은 다른 단백질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특수 단백질로 잘 조직된 보호막을 만드는 방법으로 단백질 코로나 현상을 완화했다. 단백질로 단백질을 막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인 셈이다.
우선 '매우 안정된 부분'과 '암세포에만 달라붙는 부분'을 가진 재조합 단백질을 만든 뒤, 이것으로 약물을 전달할 나노 입자 표면을 둘러싸 보호막으로 활용했다. 단백질 보호막을 가진 약물 전달체(PCSN)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물질이 실제 생체환경에서 작동하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보다 10배 정도 효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이용한 약물 전달 효과도 살폈다.
단백질 보호막 약물 전달체는 오랜 시간 생체환경에 노출돼도 면역세포에 잡히지 않으면서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었다. 생쥐 실험에서도 기존 약물 전달체보다 암세포를 잘 공격하고 생체에 독성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 교수는 "암 치료를 포함해 다양한 질병 진단과 치료, 열-광학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면서 "나노 치료제 분야의 오랜 염원인 '만능 플랫폼'에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일 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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