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민간 기업인에 대사 자리 개방…해외 네트워크 확대 추진
현지 언어 가능한 외교관 수 1천명으로 확대…70개 언어 교육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이 해외 대사 자리를 기업 경영진 출신 등 민간인에게 개방할 방침이다.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현지 언어 구사가 가능한 외교관 수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31일(현지시간)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오후 싱크탱크 '폴리시 익스체인지' 초청연설에서 브렉시트(Brexit) 이후 '글로벌 영국'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영국은 우선 연간 1∼2명의 민간인을 대사 자리에 채용할 방침이다. 주로 기존 경력을 마무리 짓는 시기의 기업 최고경영자 등이 대상이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직업 관료를 대사로 임명해 왔다.
헌트 장관은 "우리 네트워크의 강점은 전문성에 있으며,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최상의 외교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그러나 다른 분야의 접근법과 능력에 대해서도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요국 대사 자리를 정치적 협력자 등으로 채우는 미국 시스템을 일부 닮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을 포함해 대사 자리의 3분의 1 정도를 정치적 관계를 고려해 임명하고 있다.
헌트 장관은 아울러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에 새 대사관을 세우는 등 해외 네트워크를 12곳 확대하고, 현지 언어가 가능한 외교관 수를 500명에서 1천명 가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영국 외무부 내부 어학 과정은 50개 언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언어를 포함해 이를 70여개 언어로 확대할 방침이다.
FT는 민간인 대사 임명에 직업 관료 등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외무부 차관을 지냈던 피터 리케츠 경은 "대사는 영국을 위한 세일즈맨이 아니다"면서 "문화가 다르고, 기업인의 역량이 공공부문에서 발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전문 직원 관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톰 투겐트하트 하원 외무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예를 들자면 해리 왕자가 미국 대사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중국 대사가 될 수도 있다"면서 대사직 개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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