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갤러리수 전시…고전회화·현대아이콘 조합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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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페이즐리 무늬 구찌 파자마를 입은 채 의자에 걸터앉은 남자 하반신이 보인다. 맨발인 남자 발등 상처가 낯익다. 그 오른쪽에는 3개 원주가 고대 로마 신전처럼 샛노란 '스마일리 페이스'를 떠받치고 있다.
묘하게 어긋나는 이 조합을 세로 90cm, 가로 120cm 캔버스의 그림 '헤븐'에 담은 작가는 중국 미술가 자오이치엔(36)이다.
많은 중국인이 그러한 것처럼, 구찌는 자오이치엔이 특히 좋아하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다. 상처가 난 발은 르네상스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림에서 발췌한 예수의 것(성흔)이다. '스마일리 페이스'는 현대인이 가장 오랫동안 사랑해온 이모티콘이면서 마약을 뜻하기도 한다.
"르네상스는 인본주의를 좇았던 시대잖아요.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렉산드로 미켈레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에 매우 공감했어요. 미켈레의 구찌는 단순히 고전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정신, 인본주의를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봐요."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수는 다음 달 2일부터 '미니멀리즘의 신고전주의적 해석' 전시를 통해 자오이치엔 작업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
1982년 선양에서 태어나 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바링허우'(八零後·1980년 이후 출생) 세대다. 질풍노도 중국 미술계에서 30대 중반은 중견 작가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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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많았을 작가는 2015년 베이징 진르(금일)미술관 개인전 이후 3년간 좀처럼 바깥출입을 하지 않은 채, 새로운 작업에 몰두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고전회화 전체 혹은 일부를 따온 뒤, 스마일리 페이스와 애너글리프 안경 등 현대 아이콘을 접목한 작업이다.
전시장 중앙을 장식한 대형 회화 '뉴 클래시컬'은 얀 베게르트 '성모의 대관식'(1520)을 차용한 작업이다. 작가는 마리아 뒤 광배를 '스마일리 페이스'로 감쪽같이 대체하면서 종교 신성함과 권위를 묻는다.
3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서양 고전회화를 취한 이유로 "원래 전공이 벽화라 서양화를 기본적으로 익혔다. 또 동양은 (문화가) 여러 침략이나 정치적 변화로 훼손되고 단절된 부분이 있는데 서양은 잘 보존된 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또 "지금은 휴대전화 때문에 점점 현대인이 사고하는 것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라면서 "회화는 손과 머리가 함께 움직이는, 정신적인 과정이며 전통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지난해 '후시라는 브랜드로 론칭, 자신 작업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굿즈도 선보이고 있다.
지엔처 등 중국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갤러리수 김수현 대표는 "중국 작가들 행보가 '아방가르드 차이나' 혹은 미술관·비엔날레 전문으로 나뉘는데, 자오이치엔은 자신만의 또 다른 노선을 개척한 작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2일까지. 문의 ☎ 070-7782-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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