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기념일 앞둔 삼성전자, '실적 신기록'에도 환호보다 한숨
이건희 회장은 4년반째 와병·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 판결 대기
반도체 편중 심화·대내외 불확실성…신성장동력 발굴 '총력'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창사기념일을 하루 앞둔 31일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신기록은 반도체 사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최고의 '생일 선물'로 평가됐다. 11월 1일 창사기념일은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4분기(10조9천억원) 이후 줄곧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면서 '수훈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선견지명과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회사는 물론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을 세운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런 '잔칫날'에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환호보다 한숨 소리가 더 큰 분위기다.
이건희 회장은 4년 6개월째 와병 중이고, 새 총수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길에 오르면서 창사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그룹 관계사의 잇단 비위 의혹에 따른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중 통상전쟁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 '외풍'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내놓고 있는 주주 환원책과 액면분할 카드 등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난해 고점보다 약 25%나 떨어졌다.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올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내년에도 실적 신기록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도체 실적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삼성전자로서는 '새로운 먹거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반도체 쏠림'이 심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초 항소심 집행유예 석방 이후 거의 매달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있는 것도 하루빨리 반도체 사업을 이어갈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8월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내놓으면서 인공지능(AI)과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 등을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자구 노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설립, 사내 육성 프로그램 C랩의 외부 확대,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지원 등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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