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 할머니 돕던 故 김선웅 군, 동백나무로 우리 곁에
장기기증운동본부, 제주에 '고귀한 사랑 실천한 천사를 기리는 나무' 식재
(서귀포=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가던 할머니를 돕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고(故) 김선웅 군. 장기 기증을 통해 하늘나라로 떠나는 순간까지 생명나눔의 감동을 전해준 열아홉 청년이 사시사철 푸르고 아름다운 동백나무로 다시 태어났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3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라파의 집'에서 생명을 나눈 김선웅 군을 기리는 식수 행사를 했다.
김군은 지난 3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눈에 띈 손수레를 끌던 할머니를 돕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졌다.
유가족은 생전 김군의 뜻에 따라 장기 기증을 결정했고, 김군은 모두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김군의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자 LG복지재단은 김군에게 'LG의인상'을 수여하고 유가족에게 5천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군을 기리는 식수는 '사시사철 푸르고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나무. 나무 앞에는 '뇌사 장기 기증으로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신 제주의 천사 故 김선웅 님을 기리는 나무입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표지석이 자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군의 아버지 김형보(55)씨는 "많은 분이 선웅이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 고맙고, 기념식수까지 하게 돼 기쁘다"며 "선웅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이곳을 찾아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웅이는 비록 곁에 없지만, 선웅이를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된 분들이 있어 위로 된다"며 "앞으로 많은 분이 생명나눔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김선웅 군이 장기를 기증한 주에만 평소 장기기증 희망보다 2배가량 많은 신청이 들어왔다"며 "생명을 살리고, 전 국민에게 감동을 전해준 김선웅 군과 가족에게 감사드린다. 오늘 심은 생명의 나무로 선웅 군의 고귀한 뜻과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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