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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배상판결에 두 시선…"역사적 의의"·"한일관계 악화할듯"(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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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배상판결에 두 시선…"역사적 의의"·"한일관계 악화할듯"(종합)
"韓정부 입장정리 중요…기존 입장과 대법 판결 사이 '완충장치' 필요"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을 명령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30일 판결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지적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와, 한일관계 추가 악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교차했다.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어떤 입장을 정할지가 중요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경북대 법대 김창록 교수는 이번 판결에 대해 "35년간의 일제 한반도 지배는 기본적으로 불법 강점이며 식민지 시기 35년간의 모든 법률관계 중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효력이 없다는 부분을 선언한 것으로, 매우 역사적으로 주목할 만한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 정부는 한국인 강제징용 문제를 자국법인 국가총동원법과 징용령 등에 의거한 '합법적 징용공'의 시각에서 바라보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불법 강제동원'으로 규정하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 사이 쟁점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둘러싼 논란이며, 그것의 근본에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를 합법으로 보느냐, 불법으로 보느냐의 차이가 있다"며 "이 근본적 차이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차관은 "일본기업들은 자국 정부 방침에 의거해 판결 이행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은 외교분쟁으로 보고 그것에 따른 대응을 할 것으로 보여 한일관계가 매우 나빠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신 전 차관은 "사법부의 최종판단이 나오기 전이라면 한일 정부와 일본의 원고 기업, 한일청구권 협정의 한국 측 수혜기업 등 4자가 참여하는 기금 마련 등의 방안이 가능했을텐데 판결이 나온 이상 정부 예산을 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화해·치유 재단 해산 문제도 있고, 한일 간에는 과거사 관련 사안들이 하나하나 다시 살아나 쌓이는 것 같다"며 "한일관계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국민대 이원덕 교수는 "일본은 한국 법원의 법리대로 배상할 경우 전후(戰後) 처리의 '둑'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것이기에 배상을 안할 것이고, 결국 한일관계는 악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본인들의 대(對) 한국 여론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일관계에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인데, 단기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표명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판결이 있다고 해도 그 판결 취지를 따라 일제의 35년 식민지배에 대한 전면적 배상 요구로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의 입장 차이(징용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정치적 해결이 됐다는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과 대법원의 이번 배상 판결의 차이)를 조절하는 '완충 장치'를 만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 정부도 한일 간 '역사전쟁'으로 상황을 끌고 갈 생각은 아닐 것"이라며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서 일본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박홍규 교수는 "너무 어려운 문제이고 해결의 방법이 확실치 않은 만큼 정부 쪽에서 너무 빠른 대응을 하지 말고 신중하게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교수는 "우선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되 일본 정부와 어떤 식으로든 이 사안을 잘 정리할 수 있는 '모색의 시간'을 갖고 준비를 해야한다"며 "서둘러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결이 한일관계 속에서 가진 의미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면서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첨언했다.

강제징용 피해 94세 이춘식 할아버지 "혼자 나와서 슬프고 눈물나" / 연합뉴스 (Yonhapnews)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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