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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미-대만 군사협력 사상 최고 수준"
美, 대만에 무기판매 확대하고, 대만해협 인근서 군사작전 강화
대만, 미국과 밀월 만끽하지만 "對中 관계 고려해야" 목소리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이 무역전쟁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대만의 군사협력 관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한 후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고자 대만과 군사협력에서 암묵적인 협력방식을 택했으나, 이제 그러한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조짐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와 대만 인근해역에서의 군사훈련 실시 등에서 감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미국 정부는 대만이 요청하는 무기판매 안건을 2∼3년 정도 쌓아놓은 후 특별안건으로 의회 통과와 대통령 비준을 하는 일괄판매 방식을 택해왔다.
대만으로서는 필요한 무기를 신속하게 구매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으나, 중국을 의식한 미국은 이러한 방식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이런 관행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대만에 14억 달러어치의 조기경보 레이더, 미사일, 어뢰 등을 판매한 지 불과 1년만인 올해 9월 다시 F-16 전투기를 비롯해 3억3천만 달러 규모의 군용기 예비부품 판매를 승인했다.
나아가 지난 11일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우리는 앞으로 대만과 대외군사판매(FMS)를 정상화해 개별 안건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일괄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대만이 원하는 무기를 언제든지 신속하게 판매할 수 있는 개별판매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16년 만에 대만에서 열린 양국의 연례 방위산업 콘퍼런스에는 수백 명의 미국 무기상과 국방부 전직 관료 등이 참가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가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했다.
대만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 M1A2 전차 등의 구매를 희망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첨단 무기까지 대만에 수출할 경우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과 대만의 군사협력 강화는 대만 인근 군사훈련 강행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7월 미 해군이 구축함 2척을 동원해 대만해협 통과 작전을 벌인 데 이어 이달 22일에는 미국 해군 함정 두 척이 대만해협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해 통과했다.
중국과 대만 섬 사이에 자리 잡은 대만해협은 가장 폭이 좁은 곳이 130㎞가량에 불과하며, 중국은 이를 자국의 '앞바다'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곳을 미 해군 함정이 버젓이 지나갔다는 것은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무력시위'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5월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한 후 중국군은 대만 인근에서 비행훈련을 강화하고, 대만 상륙을 가정한 대규모 훈련을 하는 등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오고 있다.
대만은 미국의 이러한 지지에 힘을 얻은 듯 미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를 공표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지금껏 대만은 중국을 의식해 대만 인근의 미군 작전을 쉬쉬해 왔으나, 이번에는 미 해군이 대만해협을 통과할 때마다 이를 즉시 공표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일부 언론은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대만해협에서 모의전쟁 훈련을 계획하고 있으며 대만군이 여기에 초청받을 것이라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의 이안 이스턴 연구원은 "미국과 대만은 미군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를 통해 '대만해협은 공해이며, 미국과 대만은 이곳에서의 군사작전을 숨기지 않겠다'는 뜻을 널리 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만과 미국의 '밀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의 아서 딩 연구원은 "대만 정부는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중대한 결과를 불러올지 인식해야 한다"며 "대만이 미국의 대중국 공세에 있어 단지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이러한 변화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등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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