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보여준 여교사' 보도에 허위 담겨…언론사 배상책임"
'조선일보 측, 교사에 400만원 배상' 판결…법원 "허위보도로 사회적 평가 저하"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초등학교 교사가 편향된 교육을 한다고 문제 삼는 신문 기사에 대해 법원이 "허위 내용이 담겼다"며 언론사가 해당 교사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초등학교 교사 최모씨가 조선일보와 소속 기자 등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소송에서 "회사와 기자가 함께 최씨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판결 확정일로부터 7일 이내에 조선일보 종합8면 상단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주문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인터넷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초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최씨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성 소수자 축제인 퀴어축제 동영상을 보여준 일이 문제가 돼 그해 8월 학교에서는 학부모간담회가 열렸다.
조선일보는 간담회 이틀 뒤 '수업시간 퀴어축제 보여준 여교사…그 초등교선 "야, 너 게이냐" 유행'이란 제목의 기사를 지면과 인터넷에 실었다.
최씨는 "허위 기사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9월 조선일보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문제 삼은 기사 내용의 상당 부분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우선 '일부 학부모는 수업 이후 학교에서 "야, 너 게이냐?" 등의 말이 유행했다고 주장한다', '학부모들은 최씨가 평소 남자아이들에게 "말 안 듣고 별난 것들은 죄다 남자"라며 질책한 일도 문제 삼았다'는 부분을 기사로 작성하는 데 기초가 된 자료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자료는 최씨의 징계를 요구하는 입장인 학부모회가 간담회 전 최씨 수업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있는지 조사한 것으로 구체적인 작성자나 진술자가 누구인지 등도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사에 '학부모 220여명이 간담회에서 최씨의 수업중단을 요구했다'고 나온 부분에 대해서도 "당시 최씨의 교육 방식을 지지하는 학부모도 있었으며, 간담회 당시 참석자의 신분이나 인원수를 제대로 파악하는 절차는 없었다"며 허위라고 봤다.
재판부는 '최씨는 남성 혐오 인터넷 커뮤니티로 알려진 메갈리아 회원이다'라고 보도한 부분에 대해선 회원이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반면 보도 내용이 진실하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봤다.
다만 해당 보도로 최씨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가 저하될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다른 허위 사실 적시 부분과 함께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측은 "해당 내용을 진실한 것으로 믿은 데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도 주장했지만, 법원은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간담회에서 최씨를 옹호하는 의견도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객관적 입장에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추가 취재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취재한 자료에 대한 객관적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신속하게 보도할 만한 특별한 필요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씨는 페미니즘과 남성혐오 등 왜곡된 성교육으로 아동학대를 했다는 혐의로 보수 학부모단체로부터 검찰에 고발됐고, 올해 4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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