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찬사료서 빠진 울릉도 수토 기록된 일기 기증
동북아재단, 강릉김씨 후손에게서 항길고택 자료 받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왕조실록, 비변사등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같은 관찬 사료에 나오지 않는 울릉도 수토(搜討) 기록이 남은 '항길고택(恒吉古宅) 일기'가 동북아역사재단에 기증됐다.
재단은 독도의 날인 25일 오후 기증식을 열어 강릉김씨 감찰공파 21세손인 김동욱 씨로부터 항길고택 일기를 포함한 소장 자료를 넘겨받았다.
항길고택 일기는 배재홍 강원대 교수가 '한길댁 생활일기'로 학계에 소개한 자료로, 1770년대부터 1904년까지 책력(冊歷)에 중요한 일을 세세하게 적었다.
전체 분량은 13책, 118권이다. 일부 서적에는 '구봉광음'(九峯光陰), '속재거제'(俗齋居諸), '속재광음'(俗齋光陰) 같은 제목이 기재됐다.
일기 저자는 매암(梅菴) 김치련, 죽헌(竹軒) 김응조, 구봉(九峯) 김구혁 등으로 추정된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이 일기에는 조선 정부가 관리를 울릉도에 파견한 수토에 관한 기록이 1787년부터 1859년 사이에 12차례 등장한다.
예컨대 1859년 4월 9일에는 '영장이 울릉도로 출발, 강재의'(營將鬱陵島發行 姜在毅), 4월 18일에는 '평해 구미진 발선'(平海九尾津發船) 같은 문구가 있다.
이원택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기에 나온 수토 기록 중 9회는 관찬 사료에 없다"며 "세도정치가 이뤄진 19세기에는 울릉도 수토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은 틀렸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기에는 수토 관련 세금, 수토선 도착을 탐지하기 위한 군대 운영에 대한 글도 있다"며 "울릉도 수토 외에도 생활사적으로 가치 있는 기록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강원도 동해시 송정동에 있는 항길고택은 감찰공파가 삼척에 터를 잡은 뒤 사용한 '항길장'(恒吉庄)이라는 당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며 "항길은 집안에 항상 길한 일이 있기를 바란다는 주역의 항괘(恒卦)에서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일기가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가 훌륭해 의미가 있다"며 기증자에게 사의를 표한 뒤 "잘 보관하고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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