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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DMZ 국군 전사자 귀환 시작됐다…1만여구 미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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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DMZ 국군 전사자 귀환 시작됐다…1만여구 미수습
화살머리고지서 2구 첫 발견…30여발 탄환 흔적 수통·8발 장전된 M1소총



(철원 화살머리고지=연합뉴스) 공동취재단 김귀근 기자 = 6·25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한 곳인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의 화살머리고지 산등성이에는 울긋불긋 고운 빛깔의 단풍이 자태를 드러냈다.
25일 취재진이 방문한 화살머리고지는 68년 전 수많은 젊은 목숨을 앗아간 참혹했던 전투현장이라고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산화한 청년들의 한이 서린 듯 단풍은 더 붉었다.
이곳에서는 남북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와 폭발물 제거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다음 달 30일까지 이 작업이 끝나면 내년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남북이 본격적으로 공동유해발굴 작업을 펼치게 된다.
화살머리고지의 우리 군 GP에는 이런 역사적인 작업을 기념하듯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선배님들의 숭고한 희생,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남북유해공동발굴, 조국의 품으로 반드시 돌려보내겠습니다." 나란히 걸린 태극기와 유엔기 아래로 이런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전날 이곳에서 2구로 추정되는 국군 전사자 유해를 수습했다. DMZ에서 전사자 유해 수습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나혁 국유단 중앙감식소 반장은 "낙엽 사이에서 발견된 유해는 대퇴골로 추정됐고, 햇볕에 노출되어 백화 현상이 상당히 진행됐다"며 "주변 땅에 두개골, 대퇴골, 골반골, 견각골 등이 묻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뼈가 땅에 묻혀 있어 완전 발굴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오늘은 가장 처음 발견한 대퇴골만 봉환했다"고 말했다.
화살머리고지에서는 1951년 11월부터 1953년 7월까지 국군 2·9사단, 미군 2사단, 프랑스 대대와 중공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 지역에는 국군 전사자 200여 명과 미군·프랑스 전사자 100여 명의 유해를 비롯해 북한군과 중공군의 유해도 함께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전사자 유해 2구가 수습되면서 앞으로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되면 전사자들의 뒤늦은 귀환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DMZ 전체에는 미수습 국군 전사자 유해가 1만여 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유단은 이날 수습된 유해를 흰 종이에 정성껏 싸서 솜이 들어있는 나무상자에 입관했다. 다시 유해를 흰색 종이로 덮고 '6·25호국열사지구'라고 쓰인 기를 얹었다. 마지막으로 태극기로 관 전체를 감쌌다.
이어 육군 5사단장 전유광 소장 주관으로 약식제례를 진행했다. 명태포와 사과, 배로 차린 제례상에 술을 따르고 예를 갖췄다. 제례상 양옆으로 병사 10명씩 도열했다. 이들은 제례의식이 끝나자 유해를 DMZ 밖으로 이송했다.
국유단은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전사자들의 유품 1천252점을 발견했다. 유품이 발견된 곳에는 붉은색 삼각 깃발을 꽂았다. 깃발에는 검정 펜으로 발견 일시, GPS 위치, 발견 내용 등을 적었다. 유품이 있는 곳에서 유해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대비하는 조치였다.
발견된 유품 중에는 M1 소총 3정, 헬멧 2개, 수통 3개, 탄피 등도 었었다. 한 수통에는 30여 발의 탄환 자국이 보여 이곳이 치열했던 전투현장이었음을 생생하게 전해줬다. 소총 1자루에는 주인이 미처 쏘지도 못하고 전사한 듯 탄 8발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이학기 국유단 단장(대령)은 "수통에 30여 발 정도의 탄환 자국이 있고, M1 소총에 8발 탄이 그대로 있었다"며 "아마 당시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 미처 쏴보지도 못한 채 장렬히 전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후 9·19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로 유해 발굴을 준비하던 중에 DMZ 구역에서 첫 번째 유해가 발굴됐다"면서 "이곳에 묻힌 1만여 구로 추정되는 유해 중에 처음으로 발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유가족에게 유해 발굴의 희망을 줬다는 의미도 크다"고 밝혔다.
차후 유해 발굴 계획과 관련해 이 단장은 "내년 2월 남북 공동으로 유해발굴단을 구성해 4월부터 본격적인 유해 발굴에 돌입한다"면서 "내년 유해 발굴을 위해서 오는 11월 31일까지 지뢰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4월에 해빙되면 공동유해발굴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유해 전문조사 발굴단 10여 명이 투입되어 있으나, 내년 공동유해발굴이 시작되면 전문조사 발굴단원과 병사 등을 하루에 100여 명가량 투입할 예정이다.
유해가 발견되면 육안 감식을 거쳐 GP 인근에 마련한 임시 감식소에서 1차 감식을 진행한다. 이곳에는 10명의 감식 요원이 상주하고 있다. 이어 발굴 기록지 등을 정리한 뒤 서울현충원에 있는 중앙감식소에서 2차 감식을 한다.
유가족에게서 채취한 유전자(DNA) 감식 등으로 신원확인 작업을 벌인다. 지난 2007년 중앙감식소가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유해 30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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