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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감싸던' 트럼프, 이젠 '때리기'로…왕세자 두둔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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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감싸던' 트럼프, 이젠 '때리기'로…왕세자 두둔은 여전
"사상 최악의 은폐" 비판…중간선거 앞두고 외교실책 부각 우려
사우디 왕세자와 또 통화…"그는 관련 없다더라" 되풀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사건을 두고 23일(현지시간) "사상 최악의 은폐"라며 사우디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당초 카슈끄지 '실종' 사건에 사우디 왕실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액면 그대로' 전파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끄지가 사우디 측의 조직적 '기획 암살'에 의해 희생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점차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책임자로 사우디 왕실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고, 왕세자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는 사우디 측의 설명을 여전히 반복하면서 일정하게 선을 긋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 정부의 은폐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카슈끄지 살해) 은폐는 역사상 최악의 은폐였다"며 "매우 간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하지 말았어야 할 나쁜 거래였다. 누군가 정말 일을 망쳐버렸고, 그들은 최악의 은폐를 했다"며 "누가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던, (그들은) 큰 곤란에 처했을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의 죽음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완전한 대실패"라 부르며 "처형이나 은폐가 있어서는 안 됐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카슈끄지는 야만적 살인의 피해자"라며 "이번 살해가 사전에 계획됐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후에 나온 발언이다.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터키를 급히 방문,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중이기도 하다.
CNN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카슈끄지 사태와 관련, 사우디 정부를 향해 가장 수위 높은 비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건 발생 초기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삼가고 오히려 두둔하려 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를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비판하며 실체 규명을 앞세웠다. '실체 없이 의혹만 제기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브렛 캐버노 미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불거졌던 성폭행 미수 의혹에 비유하기도 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한 뒤에는 "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고 사우디의 해명을 그대로 전했다.
지난 20일 사우디 당국이 카슈끄지의 '우발적 사망'을 발표했을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설명은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하고, 대(對) 이란 균형추로서 사우디의 중요성을 여전히 강조했다.
이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향해 '최악의 은폐'라며 강경하게 돌아선 것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파문이 자칫 미국의 외교 실패로 규정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파문이 예상외로 커지자 주변 참모들에게 점점 더 안달하며 화를 내고 있다고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국무부가 이날 카슈끄지 살해에 가담한 사우디 인사 21명의 미국 비자를 무더기로 취소하는 등 사실상 첫 제재 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미 정부의 '초조함'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견해는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전날 사우디 국왕, 왕세자와 또 한 번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고 "왕세자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 일은 더 낮은 단계에서 이뤄졌다고 한다"며 왕세자를 두둔했다.
또 '비자 취소'와 같은 낮은 단계의 제재 조치 외에, 궁극적으로 미국이 사우디에 어떤 강경 대응을 할 것인지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공을 넘겼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nomad@yna.co.kr
[로이터제공]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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