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한 19세 신인 안우진 "경기 끝내고 싶다고 말씀드렸죠"(종합)
준PO 4차전 5⅔이닝 4K 무실점…시리즈 3승 중 2승 책임져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8회초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안우진(19)이 브랜든 나이트 넥센 히어로즈 투수코치에게 대범하게 말했다.
"제가 경기를 끝내고 싶습니다."
장정석 감독과 나이트 코치는 안우진을 믿었다.
그리고 안우진은 약속한 대로 경기를 끝냈다.
안우진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1-1로 맞선 4회초 1사 1, 3루 위기에 마운드에 올라 5⅔이닝을 5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날 넥센 선발 이승호(3⅓이닝 4피안타 2실점)가 4회를 채우지 못했지만, 넥센은 투수 두 명으로 준PO 4차전을 끝냈다. 승리투수는 안우진이었다.
경기 뒤 만난 안우진은 "8회초가 끝날 때까지만 해도 한 점 차(넥센 3-2 리드)여서 불안하긴 했지만, 나이트 코치님께서 '9회에도 던지겠나'라고 물으셔서 경기를 끝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며 "임병욱 선배가 8회말 2타점을 내주셔서 더 자신 있게 던졌다"고 웃었다.
바로 옆에 임병욱도 안우진의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안우진은 사흘 전인 20일 대전에서 열린 준PO 2차전에서도 3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승리를 챙겼다.
넥센이 준PO에서 거둔 3승 중 2승을 안우진이 만들었다. 안우진은 2경기 9이닝 7피안타 무실점의 놀라운 역투를 펼쳤다.
안우진은 고교 시절부터 '압도적인 재능을 타고난 투수'로 평가받았다.
아마추어 야구 전문가인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은 2018 신인지명 당시 "고교 시절 재능만 본다면 안우진은 선동열, 임선동급이라고 본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2018시즌 서울 지역 1순위 지명권을 보유했던 넥센은 고민하지 않고 안우진을 1차 지명에서 선택한 뒤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6억원의 계약금까지 안겼다.
그러나 안우진은 넥센 입단을 앞두고 휘문고 재학 시절 학교 폭력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넥센은 전지훈련 명단 제외와 50경기 출장 정지 자체 징계를 내렸고, 시즌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던 안우진은 1군 마운드에서 고전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2승 4패 평균자책점 7.19다.
하지만 장정석 감독은 "경험만 쌓으면 엄청난 투수가 될 재목"이라며 안우진을 중용했다.
정규시즌에서 강속구를 갖고도 타자와 만나면 쩔쩔매던 안우진의 모습은 이번 가을 사라졌다. 이제는 넥센 마운드의 미래를 책임질 대들보로 우뚝 섰다.
안우진은 "같이 입단한 동기들(삼성 라이온즈 양창섭, 두산 베어스 곽빈 등)이 1군에서 던지고 있을 때 나는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그때 넥센 선배들이 '지금 모습에 실망하지 말고 더 발전하라. 길게 보라'고 조언하셨다. 나도 나 자신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다릴 수 있었다"고 했다.
더그아웃에서 안우진을 격려하던 넥센 선배들은 이제 마운드 옆을 스쳐 가며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
안우진은 "위기 상황이 오면 선배들께서 좋은 조언을 해주신다. 오늘도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장정석 감독은 안우진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안우진은 "준PO 2차전 때도, 오늘도 감독님께서 마운드에 직접 올라오셔서 '공 좋다. 자신 있게만 던져라'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이번 가을, 안우진은 넥센 마운드의 열쇠다. 안우진은 넥센을 위해 PO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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