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화려했던 7개월·아쉬웠던 닷새…11년 만에 PS 경험
정규시즌 3위로 준PO 직행…준PO서 넥센에 1승 3패로 탈락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7개월간 뜨겁게 타올랐던 불꽃이 닷새 만에 사그라졌다.
2018년 한화 이글스는 화려하게 도약했다. 하지만 가을 잔치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다.
한화는 23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KBO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2-5로 패했다.
19일과 20일 홈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치른 1, 2차전을 모두 내준 한화는 고척 원정길에서 3차전을 잡았으나 4차전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가을 야구의 주인공이 된 한화 팬들은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뜨겁게 달궜다. 방문경기인 고척돔에서도 한화의 상징인 주황색 물결이 흘렀다.
2007년 10월 17일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무려 11년 만에 대전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경기인 준PO 1, 2차전에는 1만2천400석이 가득 찼다.
경기장이 너무 좁은 게 흠이었지만, 팬들은 뜨거운 응원으로 가을 축제를 즐겼다.
한화 그룹은 19일 준PO 1차전에 입장한 모든 관중에게 장미와 카드를 선물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도 직접 야구장을 찾아 응원했다.
한화 선수단도 '승리'로 화답하고자 했다. 그러나 타선은 득점권에서 침묵했고, 믿었던 불펜도 넥센에 판정패했다.
정규시즌 내내 한화의 약점으로 꼽힌 선발진도 큰 경기에서 발목을 잡았다.
준PO가 열린 닷새(21일은 이동일) 동안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더 자주 나왔다. 선수들도 무거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드나들었다.
하지만 2018년 한화는 희망을 봤다. 엄청난 성과도 거뒀다.
한화는 77승 67패(승률 0.535)로 올해 정규시즌을 마쳤다.
이번 가을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화는 KBO리그에서 가장 오래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던 팀이었다.
한화는 2007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2008∼2017년까지 10년 동안 가을 잔치의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2009∼2014년, 6시즌 사이에 5차례나 최하위에 그쳤다. 2015년 김성근 전 감독이 부임해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렸으나 6위로 밀렸고, 2016년 7위, 2017년 8위로 순위가 다시 하락했다.
한화는 연습생으로 입단해 120승(118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54)을 거두며 '신화'를 이룬 한용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시즌 시작 전 '하위권 후보'로 분류됐던 한화는 3·4월 14승 15패로 선전하며 분위기를 달궜고, 5월 17승 8패의 놀라운 성적으로 월간 승률 1위(0.680)를 차지하며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한화는 SK 와이번스 등과 꾸준히 2위 싸움을 펼쳤고, 넥센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3위를 차지했다.
시즌 내내 "한화는 전력이 불안한 팀"이란 시선도 있었지만, 한화 선수단은 성적으로 불안한 시선을 떨쳐냈다.
한화 팬들은 '달라진 한화의 모습'에 열광했다. 한화는 정규시즌에서 총 20차례나 홈경기 매진을 달성했다.
포스트시즌 두 경기에선 '예매 전쟁'까지 펼쳐졌다.
한화는 2018년 악몽에서 깼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아직은 강팀이 아니다"라는 냉정한 현실 판단도 했다.
한 감독은 "우리는 완성형 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곧 한화 구단과 코치진은 팀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올해 한 감독은 '실력 위주'의 선수 기용으로 더그아웃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름값'이 있는 베테랑이라도 성적이 처지거나, 느슨한 모습을 보이면 과감하게 배제했다.
내야수 정은원, 강경학, 투수 박상원, 김민우, 김재영, 김성훈 등 젊은 선수들이 한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성장했다.
심수창, 정재원 등 베테랑이 시즌 중 방출되기도 했다. 비시즌에는 더 많은 베테랑이 '계약 불가' 통보를 받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마찰음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화는 '세대교체'를 팀 재건의 주요 줄기로 삼았다. "젊은 선수가 성장하면 외부 영입으로 전력을 더 키워 우승에 도전한다"는 게 한화가 정한 방향이다.
한화가 성공적인 2018시즌을 보내면서 한 감독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한화 구단도 한 감독을 영입하면서 정한 '육성을 통한 전력 강화'를 더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
물론, 베테랑의 적절한 활용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매년 가을 절망감에 빠져 '한화의 외부 영입 소식'에만 귀 기울이던 한화 팬들은 희망을 안고 2019년 더 성장할 한화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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