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재일동포 겨냥 변호사 징계청구는 차별" 소송 첫 승소
日법원 "재일동포여서 징계청구 대상 됐다" 인정…징계청구자에 배상 명령
김류스케 변호사 "법원이 위법이라고 인정한 점 의미 있어"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도쿄(東京)변호사회 소속의 재일동포 변호사가 자신이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징계청구가 이뤄진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일본에서 이미 비슷한 소송이 수십 건 제기된 가운데 처음으로 내려진 판결이어서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재판소(법원)는 김류스케(金龍介) 변호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 이날 판결에서 김 변호사의 징계를 도쿄변호사회에 청구했던 41세 남성 1명에게 33만엔(약 333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7월 김 변호사를 포함해 재일동포 변호사 2명은 자신들이 재일동포라는 이유로 극우파 추정 세력으로부터 대규모 징계청구를 받은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해당 남성에게 55만엔(약 556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번 사태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2016년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지방자치단체들에 보내 사실상 압력을 가하자 같은 해 4월 김 변호사 소속의 도쿄변호사회가 회장 명의의 비난 성명을 발표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도쿄변호사회의 성명을 비난하며 소속 변호사 18명을 징계해달라는 청구가 2017년 11∼12월 약 950명으로부터 제기됐다.
징계청구 대상 18명 중 10명은 성명을 냈던 회장과 부회장 등이었지만 나머지 8명은 도쿄변호사회에서 특별한 직함도 맡지 않았고 업무상 연관도 없었던 인사들이었다.
김 변호사는 "내 이름을 토대로 재일동포로 추정하고 징계청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도쿄변호사회는 징계청구가 이뤄진 전원에게 이미 징계 처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앞서 일본에선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반대 운동 등을 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청구서가 극우세력의 주도로 각 지역 변호사회로 대량 배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선 재일 한국인을 겨냥한 차별 행위, 즉 혐한 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지역 변호사회가 조선학교 보조금 지급을 둘러싸고 압력을 가하는 일본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낸 이후 이러한 징계청구서가 접수됐다.
극우세력은 인터넷에 개설된 블로그 등을 통해 헤이트 스피치 반대 운동에 나서는 변호사들을 징계하라는 청구서를 소속 변호사회로 보내라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내 21개 변호사회에 이러한 징계청구가 지난해에만 13만 건이나 제기됐다. 극우세력 등이 블로그를 통해 "변호사회의 성명에 찬성하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독려한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판결에서 아사카 모토코(淺香幹子) 재판관은 김 변호사가 재일동포라는 점에서 징계청구 대상이 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손해액을 산정했다.
김 변호사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던 남성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서면으로도 자신의 입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판결 후 "법원이 위법하다고 인정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비슷한 소송이 도쿄 외에도 시즈오카(靜岡), 나고야(名古屋) 등에서 수십 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해당 블로그에 흔들린 많은 사람이 재일동포라는 점을 이유로 징계청구를 하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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