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측근, 암살조에 스카이프로 '참수' 지시"(종합)
로이터 보도…"녹음 파일 쥔 에르도안, 美 공개요구 거부"
美전문가 "왕세자 암살혐의 확인 땐 국제인권법 위반…국제법정 설 수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김연숙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되는 과정에서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이 파견된 요원들에게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암살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의 한 고위 소식통을 인용, 사건 당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있던 카슈끄지에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고문인 사우드 알 카흐타니가 스카이프를 통해 욕설을 퍼붓고 끝내는 파견조에 살해를 지시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흐타니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으로, 사우디 당국은 지난 20일 카슈끄지가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실을 인정한 뒤 이에 관한 책임을 물어 카흐타니 등 고위 관료 5명을 경질한 바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당시 카슈끄지가 감금됐던 총영사관의 방으로 스카이프 전화를 걸어 모욕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카슈끄지도 참지 않고 욕설을 받아쳤고, 화가 난 카흐타니는 암살조에 그를 살해할 것을 명령했다.
터키의 정보 소식통도 카흐타니가 총영사관에 있던 정보요원 15명에게 "그 개자식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카흐타니가 카슈끄지가 죽음을 맞는 전 과정을 지켜보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터키와 사우디의 두 소식통은 이 스카이프 통화가 녹음된 파일이 지금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손에 있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오디오를 공개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의 피살 사실을 인정한 후에도 의혹의 시선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무함마드 왕세자의 혐의가 확인될 경우 왕세자를 포함한 가해자들은 전세계 민간·형사 법정에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무부 전범 문제 전담 특사를 지낸 스티븐 랩은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만약 보도가 정확하다면 카슈끄지에 대한 행위는 고문과 강제실종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포함해 국제인권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카슈끄지 살해에 대한 정의와 책임을 묻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카슈끄지의 가족은 민간법정에 제소할 권리가 있으며 일부 국가에선 국제법과 판례를 토대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공직자의 사주나 동의, 묵인 하에 심대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고문 금지 협약에 따라 가능하다. 사우디 역시 이 협약의 당사국이다.
미국을 포함해 모든 가입국은 보편적 사법관할 원칙에 따라 사건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수 있다. 사우디에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하거나 그의 인도를 요청할 수도 있다.
설사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살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감독 책임이 있는 만큼 국제법과 미국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연방법원은 1995년 디아나 오르티스 수녀 강간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의 관할 부서 책임자인 엑토르 그라마호 과테말라 국방장관의 책임을 물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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