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다시 열리는 북미 고위급 회담, 상응조치 절충해야
(서울=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말쯤 미국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초 추진됐던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 실무회담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급 회담이 곧바로 추진되는 모양새여서 핵심 의제에 대한 보다 정치적 차원의 담판으로 전개하려는 움직임이다. 비핵화 협상은 정치적 협상의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협상의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도 예상보다 늦은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미 당국자 발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낙관론을 견지하면서도 "서두르지 말라"고 언급했다. 상징적 의미가 컸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실질적 성과를 담아야 한다는 의지의 발로일 것이다. 비핵화 협상 성과에 비판적인 국내 정치의 압박도 고려한 언급이다. 국내 공감대를 확보하는 실질적 합의도 도출해야 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토대도 빨리 마련하는 이중의 과제 앞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셈이다.
시기적으로 이번 고위급 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7일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회동을 계기로 "중대한 진전" 평가가 나오면서 핵 담판 시계가 빨라지는 듯하다, 실무선에서 다시 주춤하는 듯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방북 때 합의됐던 핵 사찰단 방북 실무회담 개최도 답보 상태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 즉 종전선언이나 제재완화 등의 타임 스케줄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이다.
쟁점은 제재완화로 모이는 흐름이다. 북한은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곧 적대시 정책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며, 비핵화를 촉진하려면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제재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현재로서는 국제적 대북제재 망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불변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는 제재완화의 조건과 시기를 둘러싼 교착을 풀어야 한다. 북미 정상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바탕으로 한 협상의 모멘텀을 놓쳐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 기간 "북한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를 진척시키면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제재 완화가 필요하고 그런 프로세스에 대한 논의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북미 협상의 중재자, 촉진자로서 해법을 제시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납득할만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구체적으로 내놓고, 미국은 그에 따른 제재완화 출구의 시간표를 북한에 제시하는 절충에 나서야 한다.
미국이 12월 예정된 대규모 한미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비핵화 외교 협상 동력에 힘을 불어넣는 바람직한 결정이다. 북한은 이를 미국의 신뢰성 있는 조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북미 고위급 대화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을 대미특사를 겸해 파견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여정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고위급 회담의 정치적 무게를 높이고 협상의 속도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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