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내 보스는 예측불가"…작년 '미치광이 이론'으로 中압박
北 6차 핵실험 당시 中유엔대사에 "트럼프, 北 공격할지도 몰라" 경고
최근 비공개 모임서 일화 소개…"트럼프 로켓맨 언급, 나는 만류했다"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가 지난해 대북제재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하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지도 모른다면서 이른바 '미치광이 이론' 전략을 활용했다고 스스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 9일 올해 말 사임하겠다고 발표하기 수일 전에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린 보수 공화당 계열의 기독교 복음주의 단체 '국가정책카운슬'(CNP:Council for National Policy)의 비공개모임 연설에서 유엔대사로서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미 '하퍼스 매거진'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퍼스 매거진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는 지난해 9월 3일 북한의 제6차 핵실험 당시 "내 보스(트럼프 대통령)는 예측불가능하며, 그가 무엇을 할지 알지 못한다"면서 중국 대사에게 경고했었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특히 중국 대사에게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 가능성까지 제기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하퍼스 매거진은 전했다.
헤일리 대사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전이나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끌어내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주유엔 중국 대사는 류제이(劉結一) 전 대사였다.
하퍼스 매거진은 헤일리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불안정한 사람으로 묘사하며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사용했다고 평가했다.
'미치광이 이론'은 상대에게 미치광이처럼 비침으로써 공포를 유발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을 말한다. 과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구소련을 상대로 썼던 전략이다.
1969년 10월 닉슨 대통령은 유럽과 동아시아, 중동 각지의 미 주둔군에 핵전쟁 경계령을 내렸으며, 스스로가 공산주의에 강박증이 있고 화가 나면 제지할 수 없으며 핵 단추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는 소문도 퍼뜨렸다. 북베트남을 배후 지원하는 소련을 겨냥한 고도의 노림수였다.
헤일리 대사는 닉슨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미 외교가의 '거두'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멘토로 삼아 두 달에 한 번꼴로 찾아가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헤일리 대사는 대북제재 추진 당시 러시아에 대해서도 "북한과 한편에 서든지 미국과 한편에 서든지 하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지난해 9월 11일 북한으로의 유류공급을 30%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제재 결의를 했다.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한 것과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다.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하려는 계획을 알고 '여기는 유엔이다. 선거 캠페인 유세보다는 더 격식있는 무대'라고 말했다"면서 자신이 만류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모욕적 언사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헤일리 대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우간다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언급했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탁월한 '세일즈맨십'의 확실한 증거였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가 연말 사임 계획을 밝힌 배경과 향후 정치적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하퍼스 매거진은 헤일리 대사가 '트럼프 스타일'의 준비된 연설을 하고, 예정에 없던 질의·응답까지 했다면서 헤일리 대사의 모습은 선거자금 모금 캠페인 같았다고 평가했다.
하퍼스 매거진은 CNP 모임은 비공개 행사였지만 온라인 매체인 '인터셉터' 기자가 엠바고(보도유예)를 파기해 자신들도 보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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