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대법원 판단 뒤집고 '동성애' 우간다 여성 난민인정
'동성애 박해' 가능성 두고 심급마다 판단 엇갈려
대법 "박해근거 부족"…파기환송심 "근거 충분…우간다 동성애 혐오 만연"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며 난민 인정 소송을 낸 우간다 여성이 대법원 패소 판결과 달리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최근 A(29)씨가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A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4년 2월 어학연수 자격으로 입국한 A씨는 같은 해 5월 자신이 동성애자라 귀국할 경우 박해를 받을 수 있다며 난민인정 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울출입국관리소가 난민 불인정 처분을 내리자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냈고, 이마저도 기각당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내가 동성애자인 걸 계모가 소문내 경찰에 체포됐고, 친구의 도움으로 보석으로 풀려나 한국에 입국했다"며 "우간다는 동성애 혐오 분위기가 만연해 돌아갈 경우 체포되거나 살해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동성애자에 대한 박해 가능성에 대해 우간다 정부의 사법적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며 난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우간다 정부로부터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당시 대법 판결을 두고 우간다 내 동성애자의 처우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안을 들여다본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A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한 애초의 2심 판단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는 우간다에서 이미 자신의 성적 지향이 공개돼 생명, 신체에 대한 위협을 당하는 등 구체적인 박해를 받아 한국에 온 사람"이라며 "우간다에 돌아갈 경우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인이나 우간다 정부로부터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진술 내용이 세부 사항에서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난민 면접 당시 의사소통의 어려움, 시간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 우리나라와 우간다의 언어감각 차이 등을 감안할 때 면접 당시 통역상의 오류나 심리적 위축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자국 경찰에 체포되고 박해를 받았다는 진술의 핵심적인 내용에서는 모순이 없는 점도 유리한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아울러 "우간다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 있어 각종 범죄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보호 조치를 적절히 수행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A씨가 우간다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안정된 생활을 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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