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경찰, 사우디영사관 밤샘수색…에르도안 "독극물 등 찾는중"(종합)
감식반 등 10여명 9시간 수색 후 철수…사우디 대표단도 현장에
'왕실과 무관한 일탈행위' 결론 기류에 수사 불신도…가족, 독립적 수사 촉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가 실종된 지 약 2주만에 터키 경찰이 사건 현장인 사우디 총영사관을 밤새 수색했다.
터키 경찰과 사우디 대표단은 15일(현지시간) 밤부터 약 9시간 동안 주(駐)이스탄불 사우디총영사관 내부를 수색하고 이튿날 아침 철수했다.
밤새 불 켜진 창으로 감식반 등 수사팀이 활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수색팀은 총영사관 건물 벽면에 혈액확인검사, 즉 루미놀반응검사 등을 시행하고 경내 토양 시료 등을 증거물로 수집했다고 터키 언론이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날 수색에 투입된 터키쪽 인력은 감식반 등 10여명으로 전해졌다.
감식반이 새벽 5시 전에 현장을 떠났고, 그로부터 한시간 반 후 터키 검사에 이어 사우디 대표단도 총영사관을 빠져나갔다.
터키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이스탄불 검찰총장 직무대리와 다른 검사를 배정했다.
터키 경찰과 사우디 대표단은 이어 16일 총영사관 인근 영사관저를 수색할 예정이라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했다.
공개된 터키 경찰의 감시카메라 영상에는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2시간가량 지나 총영사관에 있던 검은색 밴이 영사관저로 이동해 주차되는 모습이 담겼다.
카슈끄지는 이달 2일 이혼 확인서류를 수령하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사라졌다.
실종 사실이 알려진 지 사흘 후 터키 매체와 외신을 통해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이 파견한 '암살조'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그의 실종에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사우디인 일행 15명의 신상정보와 동선 등 수사자료가 터키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사우디 측은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멀쩡히 떠났고, 그의 실종과 사우디는 무관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사우디 총영사관은 터키 정부의 수사 협조 요청에 미온적이었으나 14일 밤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전화 통화 후 양국 수사공조가 급물살을 타고 공동수색이 성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 "합리적인 견해를 끌어낼 결론에 가능한 한 빨리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수사팀이 독극물을 찾고 있고, 페인트칠로 덮어버린 것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NTV 등 터키 매체가 전했다.
그러나 살만 국왕과 통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단적으로 움직인 살인자'(rogue killers) 언급 후, 사건이 왕실과 무관한 일부 내부자의 일탈행위 쪽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급속한 기류에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카슈끄지 가족은 15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아버지의 운명에 관한 상반되는 뉴스를 슬프고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카슈끄지의 사망 정황을 조사할 독립적이고 공정한 국제 위원회 구성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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