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건 헤스 전시에서 만나는 '예술'이 된 패션 일러스트
'섹스앤더시티' 책 삽화로 유명…럭셔리브랜드와 활발한 협업
첫 한국 개인전 작업 300여점 선보여…"패션계 관찰 즐겨"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6일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메건 헤스(Megan Hess) 간담회가 예정된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지하에 들어서자, 패션쇼 런웨이처럼 긴 무대가 눈길을 끌었다.
양쪽 벽에는 프라다, 베라 왕, 크리스티앙 디오르, 오스카 드 라렌타 등 럭셔리브랜드를 휘감은 여인들이 액자 속에서 아름다운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다. 모두 헤스가 이들 브랜드와 협업한 패션 일러스트 작업이다.
18일부터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개인전 '메건 헤스 아이코닉' 개막을 맞아 방한한 헤스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이번 전시에는 드레스 일러스트, 4대 패션위크 현장에서 진행한 라이브 스케치 등 300여점이 나왔다. "제가 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말하며 전시장을 둘러보는 작가는 매우 즐거워 보였다.
"제가 20년 이상 한 작업이 전시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갖고서 재탄생하는 셈이에요. 럭셔리브랜드 일러스트부터 동화 작업까지 지난 20년이 아름다운 전시로 만들어졌네요."
호주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던 헤스에게 명성을 안겨준 것은 1998∼2004년 인기리에 방영된 미국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였다. 뉴욕에 거주하는 여성 4명을 그려낸 드라마 원작 책 표지를 맡으면서, 그는 패션계 눈에 단박에 들었다.
헤스는 "정말 제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에 캔더스 부슈널('섹스 앤드 더 시티' 원작자) 일을 맡게 됐을 때 굉장히 흥분했지만, 동시에 무척 긴장했죠. 그 프로그램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았기에, 제 작업이 얼마나 그 명성에 부합할지 고민했어요. 흑백으로 된 일러스트 작업 위에 색을 도드라지게 하는 식으로 감성을 공략했죠."
헤스와 함께 작업한 럭셔리브랜드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이들 깐깐한 브랜드가 넘쳐나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중에서 헤스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해당 브랜드가 그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브랜드만의 특별한 점을 항상 잊지 않고 작업에 반영하려고 애쓴다"라면서 "그 아이디어와 콘셉트는 제 이전 작업과도, 해당 브랜드의 예전 작업과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 등 유명 인사들과도 작업한 작가는 "모두가 잘 아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오는 부담감이 있다"라면서 "미셸은 제가 매우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해서 좀 위축되기도 했지만 결국 원하는 작업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패션 일러스트는 사진이 등장하기 전, 디자이너 작업을 홍보할 최적 수단이었다. 1940∼1970년대 사진이 대중화하면서 패션 일러스트는 위축되는 듯했으나, 예술 장르로 부상하는 중이다. 이번 전시 또한 패션의 부속, 혹은 선행 작업이 아닌 예술로서 패션 일러스트를 돌아보려는 시도다.
"전 정말 패션 그 자체를 사랑해요. 그렇다고 스스로 어떠한 옷을 입을지를 즐긴다기보다는, (패션계 종사자들) 장인정신, 그리고 무대 뒤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꼼꼼히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에 임합니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1만5천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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