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옛 종축장 터 활용안 '힘겨루기'…출자 무산에 현안 제동
도의회, 도 개발공사 현물 출자 계획 삭제…IBC 무상임대 차질
(춘천=연합뉴스) 임보연 기자 = 강원도 원주 옛 종축장 부지 활용방안을 놓고 도와 도의회가 다섯 번째 충돌했다.
도유지인 옛 종축장 부지를 도 개발공사에 현물 출자하려고 했으나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도 개발공사 부채비율 인하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국제방송센터(IBC) 무상임대 추진이 차질을 빚게 돼 도의 고민이 깊어졌다.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최근 기획조정분야 출자·출연 동의안을 심사, 원주시 반곡동 6만1천477㎡ 규모의 옛 종축장 부지를 도 개발공사에 현물 출자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이를 수정·의결했다.
도는 옛 종축장 부지를 도 개발공사에 현물 출자해 현재 360% 수준인 부채비율을 250%까지 끌어내려 차입금 상환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당장 내년도에 5천144억원 규모 공사채를 차환(이미 발행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상환하는 것)해야 하고, 2021년까지 갚아야 할 돈이 8천741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도와 원주시의 생각이 전혀 달라 미묘한 갈등이 불거졌다.
원주시는 이 부지를 주민 편의·복지시설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을 내세웠다.
수천억원의 부채를 진 도 개발공사에 해당 부지가 넘어가면 도립가족공원이나 도립미술관 등 복지·편의시설로 조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격론 끝에 도 개발공사에 대한 출자 계획을 삭제했다.
곽도영 위원장은 "도 개발공사에 대한 출자는 앞으로 충분한 검토 후 추진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원주 옛 종축장 부지는 도의회 '단골' 상정 안건으로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14년부터 네 번 상정됐지만 모두 예비심사 단계에서 부결됐다.
이 부지는 원주 혁신도시와 가까운 데다 접근성이 좋아 지역에서는 노른자위 땅으로 통한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평가 및 추정가액은 175억3천400만원이지만 업계에서는 600억원에 육박하는 가치로 보고 있다.
2014년 해당 부지에 드라마 세트장을 조성하기 위해 모 프로덕션에 부지 매각을 추진하려다 도의회에서 부결됐다.
2015년에는 원주시가 도 교육청과 함께 옛 원주여고를 종축장 부지와 맞교환해 옛 원주여고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종축장 부지에는 원주교육청을 신축하려다가 이 또한 없던 일이 됐다.
도유지이지만 원주지역 도심의 몇 안 되는 미개발 지역인 만큼 복지·편의시설로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도의 부지 활용 안이 부결됨에 따라 도는 도 개발공사 부채비율 인하는 물론 국립문헌정보관의 IBC 부지 무상임대 해결책을 다시 고심할 처지이다.
IBC 부지는 도 개발공사 소유이지만 정부가 무상임대를 요구하면서 도와 도 개발공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원주시 등이 복잡하게 얽혀 해결 셈법이 복잡해졌다.
IBC는 내년부터 증·개축해 2020년 국립문헌정보관이 입주할 예정이지만, 5만1천204㎡ 규모 부지는 도 개발공사가 소유하고 있음에도 부지 매각이나 사용료를 받는 형태가 아닌 무상임대로 문체부에 제공될 예정이다.
도와 평창조직위 등은 도 개발공사에 IBC 부지 무상임대와 상응하는 부지 등을 제공하는 보전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16일 "도 개발공사의 내년도 공사채 차환 승인 전제 조건인 부채율을 낮추려면 현물 출자밖에 대안이 없고, 해당 부지를 도 차원에서 독자적 개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도의회와 원주시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며 "다시 시작점에서 대안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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