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교수들 "염재호 총장, 재선 위해 보직교수 동원 관권선거"
"처장 등 통해 추천인 서명받고 총장추천위 대표위원 선임에 압력"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제20대 총장 선출을 앞둔 고려대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염재호 현 총장이 처장급 등 보직교수들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총장 후보로 등록하려면 고려대에 10년 이상 재직한 교수는 전임 교원 50명의 추천을, 다른 교내외 인사는 전임 교원과 교우회 임원 50명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염 총장이 처장 등에게 추천인 서명을 받아올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고려대 전임 교원 대의기구인 고려대 교수의회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에 "최근 평교수 5∼6명이 처장, 또는 부총장이 불러 나간 자리에서 염 총장의 추천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평교수 입장에서는 재임용과 승진 등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보직교수들이 요구하니,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복수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고려대 교수의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총장이 각종 교무회의 명목으로 보직교수 모임을 소집해 지지층 확보를 위한 선거운동에 나서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며 "이는 총장이 학교의 행정 라인을 사유화해 재선을 위해 악용하는 관권선거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처장들이 평교수들을 만나 현 총장의 입후보에 필요한 추천인 서명을 받고, 총장추천위원회 교수 대표위원 선임에 특정인의 당선을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는 보직교수들의 단순한 일탈로 치부될 수 없는 학교 본부 차원의 매우 조직적인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고려대는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총장 후보를 공모하고 있으며, 이달 말에는 총장 선출방식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법인·교수·교우·직원·학생 등 30명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꾸려 총장 최종후보 3명을 결정하고, 이사회가 이 중 1명을 총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해왔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