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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의 묵직한 메시지…"탐욕엔 경고, 위안부 위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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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의 묵직한 메시지…"탐욕엔 경고, 위안부 위로도"
20주년 맞아 8년 만에 정규 8집 '리:플레이'…블루스 사운드로 변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수 박기영(41)은 2010년 정규 7집 '우먼 빙'(Woman Being)을 낸 뒤 '다시 정규 앨범을 낼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디지털 음원 시장이 자리 잡고 싱글 위주 활동 가수들이 많았다. 그땐 다신 음악과 무대 활동을 못 할 것 같다는 마음마저 굳게 들었다. 이후 직업을 바꾼 것처럼 육아에 집중했고 아이가 크고 자신만의 시간이 생기면서 다시 본질적인 생각이 꿈틀거렸다. 2016년부터 '사계'란 프로젝트 싱글을 내며 조금씩 용기를 얻었고, 음반 시장 동향을 보니 '들어주길 바라기보다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가장 좋을 때'란 생각에 도달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박기영이 15일 8년 만에 정규 8집 '리:플레이'(Re:Play)를 내놓았다.
그는 이날 성동구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8년이란 시간이 걸린 이유를 이렇게 밝히며 음악적인 변화를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존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깨고서 블루스에 일렉트로닉 사운드 편곡을 입혔다. 노랫말에는 어둠과 절망, 고통, 슬픔 등의 감정이 응축됐다.
타이틀곡 '아이 게이브 유'(I Gave you)는 나른하고 몽환적인 블루스 사운드에 '너무나 비참해 숨이 멎을 것 같아 난', '그냥 나 이대로 깨어나고 싶지 않아' 등 절망의 끝에 선 화자의 목소리가 실렸다.
박기영은 "지치고 힘든 어떤 한 사람이 밤부터 아침이 올 때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서술한 가사"라며 "대중음악의 기초가 되는 장르인 블루스가 한의 정서를 바탕으로 해 이 장르에 적합한 표현이라고 여겼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첫 곡 '스톱'(Stop)은 고통을 안겨준 대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 한층 강렬하게 드러난다. 이 곡은 드럼과 베이스, 보컬로 구성된 미니멀한 사운드로 '아직도 잘못했단 생각은 1도 없는 쓰레기'란 가사가 꽂힌다.
또 다른 곡 '하이 히츠'(High Hits)에서도 성공만을 좇는 탐욕과 야망으로 가득한 이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겼다.
"육두문자는 안 나온다"고 웃은 그는 "고통부터 환희까지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감정을 날 것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힙합 뮤지션이 아니어서 라임을 맞춰 욕할 수 없어 리드미컬하게 경고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경고 대상에 대해선 "살다 보면 만나는 모든 이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의 시각을 솔직하게 나타냈다.
"물론 특정 계층이 정확히 있어요. 절대다수일 수도 있죠. 많은 재산을 축적하면서도 더 갖기를 원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 세습 등으로 종교 역할을 못 하는 기업화된 대형 교회, 이익만 좇는 기업, 자원을 낭비하며 임의대로 사용하는 사람들 등을 겨냥하는 곡이에요."


앨범에는 또 위안부로 끌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스러진 소녀들을 위한 곡 '고잉 홈'(Going Home)도 수록했다. 한을 노래하듯 우리 전통 창법을 응용한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라며 "할머니들을 위한 곡들을 들었을 때 상처를 보듬어주는 시적인 이야기는 있었지만, 소녀일 때 끌려가 정신을 못 차리도록 지옥 같은 삶을 경험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분들의) 시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짙게 어둡던 앨범은 후반부로 갈수록 위안과 희망을 노래한다.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은 노래가 꿈이었지만 고등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던 17세 소녀를 위해 쓰고 함께 노래했다. '상처받지 마'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슬픔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연을 받고서 주인공을 응원하고자 작업했다.
두 곡은 그가 4월이 되면 여는 스튜디오 라이브 때 받은 관객의 사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에둘러 언급하면서 "4월이 되면 힘들다. 그때 스튜디오 라이브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이 아픔을 공감하고 느껴야 그 시간을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기획했다"라고 말했다.
무거운 주제를 이끌며 감정을 소진했지만, 그는 이번 앨범 작업 과정이 즐겁고 행복했다면서 그 덕에 분노와 좌절, 실망, 고통, 괴로움이 자연스럽게 나열됐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 삶은 고통이고 행복하지 않아요. 행복의 순간은 잠깐인데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죠. 그것 하나로도 살아가는 이유가 되니까요. 그래도 그 과정 속 우리는 결코 행복하지 않아요. 이 과정을 '행복하다'고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날 그는 '하이 히츠'와 '아이 게이브 유'를 마치 뮤지컬 배우의 연기처럼 절규하듯 라이브로 선보였다.
그는 이 곡들을 26~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여는 콘서트에서 들려준다.

mim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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