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공간 14만개…서울 지하철광고 20∼30% 줄이고 예술역으로
무분별한 상업광고 줄이고 광고質 높인다
디지털 광고·'집중광고'로 광고수익 감소 보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스크린도어 표면은 물론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까지 붙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하철 상업광고를 2022년까지 20∼30%가량 줄인다.
이와 함께 지하예술정원으로 변신을 꾀하는 6호선 녹사평역 같은 '예술역'을 확대해 서울 지하철의 외관을 확 바꿔놓는다는 계획이다.
16일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달께 문화예술철도 사업 계획을 발표한다.
핵심은 성형광고 같은 무분별한 상업광고를 줄이고, 광고의 질(質) 높이는 것이다. 상업광고를 정리하는 동시에 시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지하철 공간을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든다.
현재 서울 지하철 내 광고 게재 공간은 총 14만2천220매다. 포스터 등 역내 광고가 6천536매, 액자형 등 열차 내 광고가 12만786매, 스크린도어 광고 6천891매, 디지털 광고 4천514매 등이다. 이를 통한 수익은 지난해 446억원이었다.
'공해' 수준의 광고로 시민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성형광고, 게임광고의 선정성·폭력성, 성 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광고 등이 문제가 되자 서울시는 일단 지하철 광고 물량을 현재 14만매에서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확한 광고 축소 물량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20∼30% 정도를 줄이는 수준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문화예술철도 사업추진 계획안'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존의 상업광고를 포기하는 일이 있더라도 전면적으로 문화예술철도를 구현해 (서울 지하철이) 세계 최고의 문화예술철도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23곳에 달하는 광고 대행사는 점진적으로 정비해 상업광고 수준을 '예술광고'로 높인다. 박 시장이 자주 예로 드는 영국 런던 지하철은 광고 대행사 1곳이 광고를 관할하면서 디자인·색조 등을 관리해 전반적으로 통일감 있고 멋스러운 느낌을 준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영세한 지역 사업체는 광고에 많은 돈을 들일 수 없기 때문에 조악한 광고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누군가 정리해주고, 디자인을 도우면 시민들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연 400억원대의 광고 수익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개통한 우이신설선에서 35억원의 광고 수익을 아예 포기하고 예술 작품으로만 역사를 채웠다. 그야말로 '광고 없는 지하철'을 실현했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 전체의 광고 수익을 단번에 끊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종이 포스터 광고에서 디지털 광고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이렇게 하면 광고를 순환해 노출 시킬 수 있어 광고 공간을 줄이면서도 더 많은 광고를 걸 수 있다. 디자인 조정도 쉬워진다.
하나의 지하철역 전체에 통으로 캠페인성 광고나, 이미지 광고, 테마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신 광고비를 높이거나 한 개 노선 전체에 광고 없는 역을 시험해보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유동인구가 많고 '목이 좋은' 자리의 광고료를 조정하는 등 여러 방안을 통해 광고 수익 감소가 줄어드는 타격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미술관 같은 역을 지향하는 녹사평역, 이태원역 등 '문화예술역'도 점차 확대한다. 지하철을 타는 할머니, 어린이 누구나 가까이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역'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부터 지하철 광고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박원순 시장의 오랜 구상이다.
그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일하던 2007년 '세계 최고의 지하철을 꿈꾼다'를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이때 박 시장은 "지하철은 하루를 피곤하게 지낸 시민들이 퇴근하거나 아침 일찍 출근하는 장소인데 오히려 광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광고가 없는 장소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광고나 물건 판매대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런던 지하철 등의 사례를 들어 지하철 개혁안을 제시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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