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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산책] 전인지표 골프 되찾은 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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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산책] 전인지표 골프 되찾은 전인지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지독한 슬럼프에서 허덕이던 전인지(24)가 25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인터뷰를 하다 눈물을 펑펑 흘린 전인지는 그동안 마음 고생을 솔직히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마음 건강'을 되찾은 게 재기의 발판이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동안 전인지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해냈을까.
전인지는 올해 우울증과 거식증에 시달렸다.
우울증은 물론 성적 부진 때문이었다. 거식증은 우울증 탓이었다. 우울증과 거식증은 모두 성적 부진에서 온 것이라는 얘기다.
우울증은 악성 댓글이 증폭시켰다.
마음에 상처가 깊어진 전인지는 먹으면 토하는 증세가 이어졌다.
영영 섭취가 신통치 않으니 몸무게가 쭉쭉 빠졌다. 작년보다 8㎏이 줄었다.
악성 댓글은 전인지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더 악랄해졌다. 마음의 상처가 더 깊어진 전인지는 더 우울해졌고, 몸은 더 야위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전인지가 슬럼프에 빠진 원인은 뭘까.
전인지의 슬럼프는 '전인지표 골프'의 실종에서 비롯됐다.
'전인지표 골프'는 '확률의 골프'다.
보기가 나올 확률을 최소화하는 게 전인지의 '확률의 골프'다.
수학 천재였던 전인지는 코스에서 이런 확률을 귀신같이 계산해낸다.
전인지가 한국여자오픈, 일본여자오픈, US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 등 코스 난도가 높은 메이저대회에서 유난히 우승을 많이 거둔 원동력이 바로 '확률의 골프'였다.
2015년 KLPGA 투어를 휩쓸 때 전인지는 장타 부문 10위, 아이언샷 정확도 4위, 평균 퍼팅 10위였다. 그러고도 평균타수 1위에 올랐다.
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도 장타 부문 69위, 아이언샷 정확도 17위에 평균 퍼팅은 2위였지만 평균타수는 1위였다.
그린 적중률이 빼어나지 않으면서도 평균 스코어가 좋은 이유는 실수한 샷이라도 치명적인 장소는 피하기 때문이다. 실수할 때 실수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코스 매니지먼트가 전인지의 '확률 골프'다.
그러면 전인지의 '확률 골프'는 왜 사라졌을까.
전인지는 "화려한 골프를 하고 싶다는 유혹에 넘어갔다"고 고백했다.
도전적인 '화려한 골프'는 박수갈채를 받는다. 대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전인지가 '확률의 골프'를 버리고 '화려한 골프'의 유혹을 느낀 것은 지난겨울 훈련 동안 비거리를 늘리고 파워풀한 스윙이 가능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마음이 여린 전인지는 '또박이 골프'나 '경기가 재미없다'는 평가에도 적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는 '화려한 골프'는 전인지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전인지는 '화려한 골프'의 유혹을 완전히 떨쳐냈다.
전인지는 "파 5홀에서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최상의 샷을 했을 때 얘기다. 나한테는 세 번에 끊어가는 게 버디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KEB 챔피언십에서 22개의 버디를 잡아냈고 보기나 더블보기는 4개로 막았다.
우승의 발판이 된 3라운드와 우승을 결정지은 4라운드에서는 이틀 동안 보기는 하루에 하나씩 2개뿐이고 버디는 14개를 뽑아냈다.
3타차 2위 찰리 헐(잉글랜드)이 이글 2개와 버디 19개를 잡아냈지만 보기 10개를 적어낸 것과 비교된다. 헐은 4라운드에서만 보기 4개를 쏟아냈다.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전인지의 '확률 골프'가 부활한 셈이다.
전인지의 재기는 8개국 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전환점이 됐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사흘 동안 포볼 경기와 싱글 매치 4경기에서 전인지는 4전 전승을 거뒀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렇지만 전인지의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출전에도 곡절이 있었다.
세계랭킹 순으로 상위 4명에게 돌아가는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출전 자격은 사실 꿈도 꾸지 못했던 처지였다.
앞 순위에 있던 3명이 출전을 포기한 바람에 전인지에게 차례가 돌아왔다.
전인지는 LPGA투어 측이 "기회가 갈지도 모르니 어떻게 할 건지 미리 생각해두라"는 귀띔을 받고 1주일을 고민했다.
'나갔다가 지면 망신 아니냐', '한국 팀에 폐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전인지는 그러나 출전을 결심했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비난을 감수하자는 대담하게 마음을 먹었다. 출전을 사양해도 비난 댓글이 쏟아질 게 뻔한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감행한 것이다.
도박이나 다름없는 선택은 이른바 '대타 홈런'이 됐고 25개월 만에 투어 대회 우승이라는 '해피 엔딩'으로 귀결됐다.
전인지는 아팠던 만큼 더 단단해져서 돌아왔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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