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첫 시행 대화 경찰관…취지는 좋으나 효과는 '아직'
코카콜라 광주공장 앞 집회서 첫 시도…노조 "큰 의미 없다"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집회 개최를 최대한 도와줄 테니, 불필요한 충돌은 피해 봅시다."
지난 12일 오후 광주 북구 코카콜라 광주공장 앞 민주노총 광주본부 집회에 '대화 경찰관'이 등장했다.
광주에서 대화 경찰관 시행은 이날이 처음이다.
경찰청은 그동안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던 대화 경찰관 제도를 지난 5일 전국으로 확대 시행했다.
이 제도는 인권, 대화 기법, 갈등 중재 등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경찰관이 집회 현장에서 참가자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별도 표시된 조끼를 착용하고 중립적 위치에서 참가자와 경찰 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광주에서는 연행과 부상 등 충돌이 수십 일째 반복되고 있는 코카콜라 광주공장 집회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나오자, 12일 열린 집회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집회 당일 경찰은 집회 시작 전부터 집회 주최 측에게 대화 경찰관 제도를 소개하고, 주최 측 동의를 얻은 후 첫 시도를 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담당 광주 북부경찰서 정보관과 경비과 소속 경찰은 '대화 경찰관'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집회 현장을 집회 주최 측·사측·경찰 측을 부지런히 오가며 충돌 없는 집회를 위해 진땀을 흘렸다.
대화 경찰관은 노조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사측에 배차업무를 잠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노조측 요구에 따라 집회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노조측의 집회 방식을 사전에 파악하고, 경찰과의 불필요한 충돌도 피할 수 있게 도왔다.
이날 집회는 다행히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이 모든 게 이날 활동한 대화 경찰관 덕분이었지만, 경찰·노조 양측은 평소에도 집회 현장을 중재하던 정보과 경찰이 '대화 경찰관'이라는 조끼만 입었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노조 측은 "집회 현장에서 경찰과의 대화는 평소에도 가능해, 대화 경찰관 제도가 큰 의미는 없다"면서도 "집회참가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나쁜 제도는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경찰은 "집회 주최 측과의 소통은 평소에서 정보 경찰이 해왔던 업무로, 대화 경찰관 제도가 도입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며 "다만 주최 측의 통제 범위에 한계가 있는 수천, 수만 명의 대규모 집회에서는 집회참가자들과 소통을 강화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화 경찰관의 취지는 좋으나, 기존 경찰 정보관이 해오던 업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다.
특히 불법폭력 시위가 발생하면 현장 경찰 간부의 판단에 따라 대화 경찰관 제도를 중지하게 돼 있어, 정작 중요한 때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경찰청은 아직 시행 초기인 대화 경찰관을 정착시키기 위해 15일부터 전국 대화 경찰관 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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