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군인과 팔굽혀펴기한 에티오피아 총리…"해피엔딩"
무장 군인들, 집무실 앞 임금 인상 요구…노벨상 후보 오르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임금을 올려달라며 집무 구역 안으로 떼 지어 몰려온 군인들을 맞게 된 에티오피아 총리가 이들과 함께 팔굽혀펴기하는 것으로 평화적으로 마무리해 화제다.
40대 초반의 총리는 이웃 국가와의 분쟁을 해결하고 정치범을 대거 석방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화합 정책을 펴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아비 아흐메드(42) 에티오피아 총리 집무 구역 부근으로 군인이 떼로 몰려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군인 시위대가 점점 늘면서 주변 도로는 폐쇄됐고, 인터넷도 수시간 차단됐다.시위대 절반가량은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저격용 소총으로 무장해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만들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에야 비무장 조건으로 총리 구역 안으로 들어가는 게 허용됐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에서 시위 군인들은 총리를 만났으나, 결과는 일반의 예상과 달랐다.
시위 군인 수십 명은 미소를 지으며 팔굽혀펴기를 했고, 맞은 편에서는 총리도 같은 동작을 해 팽팽히 긴장됐던 상황은 평화롭게 해결됐다.
아흐메드 총리는 무기까지 들고 집무 공간 앞으로 몰려온 데 불만을 감추지 못했고 병사들에게 팔굽혀펴기 10개를 명령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군인들의 이번 집단행동을 순수하게만 보지는 않고 있다.
한 전직 장성은 위험한 보안 위반이라며 군 정보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했다. 요구는 타당할 수 있지만, 군 규율을 위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시위 또한 즉흥적이라기보다는 특정 단체가 조직한 것으로, 군 정보기관들이 군 최고사령관인 총리 및 그가 취임 후 진행 중인 개혁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흐메드 총리는 성명을 통해 그들의 불만을 들여다볼 것이라면서도 나라 형편상 민간 공무원조차 낮은 급여로 지내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발전을 위해 돈을 써야 한다"며 "모든 사람에게 더 많은 급여를 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흐메드 총리는 지난 4월 취임했다. 최대 종족인 오로모족이 정치 및 경제적 소외에 불만을 품고 수년간 시위를 계속하자 전임자가 물러났기 때문이다.
오로모족 출신으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인 아흐메드 총리는 취임 후 다수의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안팎으로 적극적인 화해 정책을 펴 성과를 냈다.
테러조직으로 분류됐던 오로모해방전선(OLF)을 포함해 여러 단체를 합법화하고 정치범 수천 명도 풀어줬다. 또 오랫동안 국경분쟁을 벌여온 이웃 에리트레아와는 종전에 공식 합의하면서, 올해 노벨 평화상의 주요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오로모족으로 추정되는 남성 5명이 총리를 살해하기 위해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는 등 아흐메드 총리에게 불만을 품은 세력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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