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내고 후진하다 피해자 숨져…2심도 "살인은 아니다"
교통사고 치사로 금고 1년형…'고의성 입증 안 됐다' 판단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교통사고로 도로에 쓰러진 피해자를 한 번 더 치어 숨지게 한 트럭 운전사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 법원도 살인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고의로 차량을 몰아 피해자를 숨지게 했다고 볼 사정이 아니었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12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트럭 운전사 장모(50)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금고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장씨는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한 도로에서 4.5t 트럭을 몰고 불법 좌회전을 하다가 옆 차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주행하던 피해자를 쳤다.
그는 사고 직후 차를 세우고 내려 상황을 확인한 뒤 다시 차에 올라탔다.
곧이어 장씨는 차를 후진했고, 이 과정에서 바퀴 뒤쪽에 누워 있던 피해자 위로 차량이 지나가면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검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사고 직후에는 피해자가 살아있었는데, 후진 과정에서 트럭 뒷바퀴에 깔린 것이 직접적 사인이라고 결론 냈다. 장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장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주변 상황으로 미뤄 살해의 동기를 찾기 어렵고, 피해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뒤 후진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3초에 불과해 살해하겠다고 마음먹기에는 너무 짧다"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한 뒤 "원심의 형량 역시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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