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 제재론에 "왜? 미국 무기 125조원어치나 사는데"
'왕실 비판' 사우디 언론인 실종 의혹 확산…美상원, 조사·제재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자국 왕실에 비판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실종 사건의 배후에 사우디 정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이 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사우디 제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미 의회에서 나오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동맹국인 사우디가 미국산 무기 구매의 '큰 손'으로,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사우디 언론인 실종사건과 관련, 사우디의 미국산 무기 구매와 대미 투자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AFP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사우디는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군사장비 등을 사는데 1천100억 달러(125조 원)를 쓸 계획"이라며 "나는 이 투자를 막자는 발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사우디가 그 돈을 러시아나 중국, 다른 곳에 쓸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작년 5월 사우디를 찾아 1천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판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언론인 실종사건과 관련해 터기, 사우디와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 수사관들이 그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미국인이 아니고 미국 밖에서 실종됐기 때문에 미 연방수사국(FBI)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해당 외국 정부의 요청이 있어야 FBI의 개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미 사법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자국 총영사관에 들어간 이후 실종됐다. 터키 정부는 그가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피살됐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신을 비롯한 구체적 증거는 드러난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달리 미 상원에서는 사우디 제재론이 떠올랐다.
공화당 소속을 비롯한 상원 의원들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카슈끄지 실종사건에 대한 미국의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을 받은 백악관은 '국제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가해자를 제재해야 하는지를 120일 안에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 사우디 정부가 연루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무기판매 중단과 같은 제재를 할 길이 열린다. 미 의회 또한 관련법에 따라 다른 나라에 주요 무기를 파는 것을 보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공화당 소속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사우디가 언론인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최고 수준의 제재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에 비판적인 같은 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를 즉각 중단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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